미디어 예술의 한계는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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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예술은 무엇을 표현할 수 있고 무엇을 표현할 수 없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12명의 미디어 작가들이 한자리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서울 창전동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불가능한 미디어' 전이다(6월 20일까지). 쌈지가 창설한 연례기획전 'Pick&Pick' 의 첫 전시다.

쌈지 선정 작가가 함께 전시할 작가들을 모아 여는 그룹전의 성격. 올해는 홍성민(계원조형예술대 시간예술학과)교수가 선정돼 동료 서현석(단국대 연극영화과)교수와 후배.제자인 장윤성.김연용.이정범.정성윤.구성규.유진희씨를 참여시켰다.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 중인 비디오 작가 하토리 다로, 마유미 레이크, 싱가포르의 탄 핀핀 등 외국 작가 3명도 참여했다.

작품은 싱글 채널 비디오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설치, 인터랙티브.웹 아트 등 여러 형식으로 나타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외국작가들의 작품. 싱가포르의 탄 핀핀은 국제 비디오 아트 페스티벌 수상작인 '마이크로웨이브' 를 냈다.

바비인형이 전자렌지 속에서 가열돼 녹아가는 과정을 무심한 시선으로 9분 동안 촬영한 작품이다. 글래머 인형이 서서히 돌면서 타는 연기를 내며 지글지글 끓다가 쓰러지는 장면은 성을 상품화하는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마유미의 비디오는 여성의 치부를 보여주는 듯하다. 관객은 결국 겨드랑이를 묘하게 분장시켰다는 걸 알고 민망해하면서 현대 사회의 성적 노출과 성적 억압을 함께 느끼게 된다.

서현석 교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 '허벅지' 의 음악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하면서 성취불가능한 근원적 욕망, 실존적 불안, 정체성의 위기를 환기시키는 은유적 이미지를 뮤직비디오처럼 보여준다.

홍교수는 "미디어 예술을 완성시키려는 진지한 노력과 실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미디어의 기술적.미학적 한계를 드러내겠다는 이중적 입장이 이번 전시의 특징" 이라고 설명했다.

02-3142-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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