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아이 고통 덜 수 있다면 … 조용히 번지는 도움의 손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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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 A양(7)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A양이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상태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A양은 광주의 모 종합병원에 입원해 외과·소아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A양이 2주 뒤면 퇴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의료 기기에 의존해 생활해야 할 형편이어서 사후 치료에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A양 가정의 정서적·경제적 여건은 이를 감당하기 힘든 상태다. A양의 아버지는 인근 농공단지에서 인부로 일하고 있다. 생활비를 빼면 집 월세 35만원을 내기도 빠듯한 형편이다. 법적으로 지급되는 범죄 피해자 보상금은 100만∼200만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가정 분위기도 A양을 비롯한 네 자녀가 예기치 않은 고난을 헤쳐나갈 여건이 안 된다. 한 동네 주민은 “엄마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 돌볼 형편이 안 된다”며 “A양 자매가 PC방에 있는 엄마를 밖에서 한참이나 기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왜 우리는 또 아이를 지키지 못했습니까?’란 제목의 모금 제안 글이 올라와 동조자가 목표 인원 500명을 훨씬 넘어섰다. 조만간 관련 기관의 정식 승인을 받아 모금 운동이 시작된다. 2008년 ‘조두순 사건’ 때에는 피해 아동 나영이(가명)를 위해 1억5000여만원이 모금됐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A양은 부모의 무관심과 열악한 경제 형편이 겹쳐 나영이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동용 대변백, 회복을 위한 영양식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A양을 치료 중인 병원 의료진은 3일 언론 브리핑에서 “A양이 인공항문을 단 상태지만 3~6개월 뒤 정상으로 되돌리는 수술을 할 계획”이라며 “현재 A양은 물만 마실 수 있고 식사 대신 영양수액제를 투여받고 있지만 조만간 유동식 섭취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또 “신체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심각한 급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신적 2차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소아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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