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아일랜드 국채에 베팅하는 템플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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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펀드매니저 단 한 명이 아일랜드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민간 채권자가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인 아일랜드에 베팅한 주인공은 템플턴의 마이클 하젠스탑 글로벌채권사업부 공동 책임자다. 이 부서의 운용자산은 1580억 달러(약 179조원)다.

 신문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템플턴의 펀드가 보유한 아일랜드 국채는 61억 유로(약 8조6000억원)어치로, 대부분은 하젠스탑이 운용하는 펀드가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물량은 하젠스탑의 주력 펀드인 610억 달러 규모의 ‘템플턴 글로벌 본드펀드’가 보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젠스탑은 지난 1년 동안 아일랜드 국채를 사들였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고 나서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한 7월에도 물량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아일랜드의 경제회복이 주춤하거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악화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일랜드는 국채시장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부족해, 손실을 보지 않고 많은 물량을 대거에 처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고 올해 아일랜드의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 이유가 하젠스탑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업계의 한 선임급 투자자는 “그런 큰 포지션을 보유하는 게 상당히 이례적일 뿐 아니라 아일랜드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린 주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젠스탑은 “작은 시장에서 큰 포지션을 구축한 것일 수는 있지만, 펀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을 뿐 아니라 항상 리스크를 헤지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아일랜드는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수순을 계속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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