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심검문, 마구잡이식이어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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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제 경찰이 ‘묻지마 범죄’와 아동 대상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심검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침해’ 지적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던 거리 불심검문이 2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불심검문의 타당성과 함께 방식의 적절성도 따져야 할 때다.

 불심검문은 경찰관이 거동이 수상한 자를 정지시켜 질문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는 불심검문 대상을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은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나 해당자도 답변이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범죄 차단을 위한 검문의 필요성과 인권 보장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 내지 절충점을 찾자는 취지다.

 과거 불심검문이 문제가 됐던 것은 범행을 의심할 이유가 있는지와 관계없이 무차별적·획일적으로 검문을 벌이는 등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2010년 9월의 인권위 서면 경고는 불심검문 자체를 문제삼은 게 아니었다. 당시 인권위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검문 대상자로 정하는 등 요건 및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서면 경고와 함께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경찰청이 “일제 검문에서 선별 검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일선 경찰에서 대형사건이 발생한 경우 등 말고는 검문을 자제해 온 것이다.

 우리는 범죄가 흉포해지는 상황에서 예방 차원의 검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경찰관이 직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마구잡이식 검문을 부활시킴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켜선 안 된다. 법에 정해진 흉기 조사에 그치지 않고 일반 소지품 내용까지 강제로 들여다보는 것은 위법이다. 경찰은 인권위 지적을 반영한 매뉴얼을 일선에 하달하고 직무교육을 강화해 인권 침해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