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본 재판선 애플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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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애플이 ‘미디어플레이어 콘텐트와 컴퓨터의 정보를 동기화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 일본법인을 상대로 낸 1억 엔(약 1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31일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갤럭시S와 갤럭시S2·갤럭시노트·갤러시탭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것은 MP3 파일 등 PC에 있는 콘텐트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옮기는 ‘동기화’ 기술이었다. 삼성전자가 관련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게 애플 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애플의 특허 기술이 삼성전자엔 적용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지방재판소의 판결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사가 있는 한국과 미국에서 1승씩을 챙긴 뒤 제3국에서 처음 나오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이 1승을 추가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특허전이 대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일본 법원에서는 애플의 바운스백(화면을 가장 하단으로 내리면 화면이 위로 튕기면서 끝임을 알리는 기술)과 삼성의 비행기모드 아이콘바탕화면 표시법, 앱스토어 구조 표시 세 가지 사용환경(UI) 관련 특허 부분에 대한 판결이 남아 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한 판결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바운스백과 관련해 애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삼성이 제품을 파는 데엔 지장이 없다. 유럽과 한국 등에서 특허 침해 결정이 나면서 삼성이 이미 우회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성 특허에 대한 판단이 주목된다. 삼성은 다른 나라에서는 애플을 공격하는 무기로 표준특허를 내세웠지만 일본에서는 일반특허로 소송을 걸었다. 유럽 법원들은 독점 우려 때문에 표준특허로 판금이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는 데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독일과 네덜란드·영국·호주 법원은 대체로 디자인, UI 특허와 관련한 애플의 주장을 기각했지만 애플의 통신특허 침해 부분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특허료 협상을 하라’며 삼성의 판매금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특허는 이런 제한이 없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구글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와 팀 쿡이 지난주 전화로 특허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두 회사가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들에 대한 특허 분쟁 중단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더 넓은 합의에 대해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판에서 갤럭시S 계열은 디자인 특허 침해가 인정됐지만 갤럭시S2 계열과 삼성이 만든 구글 레퍼런스폰인 갤럭시넥서스는 바운스백 등 UI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구글과 애플이 이 부분에 대해 합의하면 삼성에 대한 특허 침해 압박도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

 미국 법원에서의 1심 평결 결과가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국 법원의 역대 특허 소송 결과를 근거로 “애플이 누린 홈코트의 이점, 재판 후 드러난 배심원들의 평결 과정 등을 감안하면 애플이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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