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페이스북, 뜨는 옐프 … 대주주가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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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의 온라인 지역정보사이트 옐프(Yelp)가 29일(현지시간) 22.5% 급등한 22.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한국처럼 하루 상·하한가폭(±15%) 제한이 없다. 29일은 3월 2일 상장한 옐프 주식 가운데 약 5200만 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리는 날이다. 보호예수는 기업공개(IPO) 등 이후 갑자기 시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주주에게 얼마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한 제도다. 시장에서는 이날, 현금화를 원하는 이들이 보유한 물량이 쏟아지며 옐프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봤다. 페이스북도 16일 2억7100만 주가 보호예수에서 풀리면서 주가가 6% 넘게 급락, 상장 후 처음으로 20달러 선을 내줬다. 그런데 옐프는 달랐다. 주가가 급등했다. 페이스북과 옐프, 무엇이 둘의 운명을 갈랐을까.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29일 “내부자가 주식을 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공개 후 첫 거래일에 옐프는 공모가보다 60% 넘게 급등했다. 주당 15달러에서 거래를 시작했는데, 장중 한때 24.58달러까지 급등했다. 2004년 창업한 옐프는 식당과 치과병원 등 각종 소매업체에 대한 1800만 건의 사용후기가 있다. 1분기엔 월 단위 방문객이 6600만 명에 달했다. 성장성에 투자자가 환호한 셈이다.

 그러나 옐프는 최근 2년간 수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손실이 전년 960만 달러에서 1670만 달러로 늘었다.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미다. 이후 돈을 벌지 못하는 옐프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달 초엔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호예수가 풀리는 29일이 다가오면서 주가는 하락 반전했다. 29일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보고 일부선 공매도까지 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판 후에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 갚아 주가 하락폭만큼을 이익으로 얻는 투자 방법이다. 반대로 공매도 후에 주가가 떨어지지 않거나 오르면 손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29일 주가가 예상대로 떨어지지 않자 자칫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한 공매도 세력이 재빨리 주식을 되사들이면서 주가는 ‘이상’ 급등했다. 이날 거래량은 860만 주였다. 하루 평균 거래량 100만 주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포춘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제러미 스토펠만 옐프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내부자 등이 주식을 전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창립 초기 옐프에 투자한 베세머벤처파트너스·벤치마크캐피탈·DAG벤처스 등 벤처캐피탈(VC) 업체도 옐프 주식을 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반면 초대 최고기술경영자(CTO)인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17일부터 3일에 걸쳐 45만 주를 팔아 870만 달러를 벌었다. 앞서 16~17일에는 피터 시엘 이사가 2010만 주를 팔아 약 4억 달러를 벌었다. 시엘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벤처 투자가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2004년 9월, 이 회사에 50만 달러를 투자한 최초 외부 투자자다. 지난 5월에는 페이스북의 이사회 구성원으로 추대됐다. 이런 주요 주주가 물량을 쏟아내면서 페이스북 주가는 급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시엘처럼 페이스북 이사회에 참여하는 주요 주주가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막스 볼프 그린크레스트캐피탈의 애널리스트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이사회 멤버의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 투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사회 일원이 회사를 못 믿고 주식을 파는데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게다가 11월에는 12억 주의 보호예수가 추가로 풀린다.

 보호예수 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세계 어느 증시든 일반적인 현상이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보호예수가 풀리면 물량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보통 주가에 악재”라며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클수록 주가 하락폭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보호예수(lockup) 의무적 매각제한. 기업공개(IPO) 또는 인수합병(M&A), 혹은 유상증자가 있을 때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요 주주의 주식을 일정 기간 동안 팔 수 없도록 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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