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 삼성 절주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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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음주 자제 캠페인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 28일 사내 전자게시판에 음주 절제를 독려하는 공지를 띄웠다. ‘119’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렸다. 119는 ‘한 가지 술로 1차에서 끝내고 오후 9시 이전에 귀가하라’는 의미다.

 앞서 27일에는 전 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음주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사내에 만연한 술 문화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라는 제목의 설문에는 얼마나 자주 술을 마시는지, 술을 강권하는 상사는 없는지 등을 알아보는 내용이 담겼다. 익명을 원한 삼성 관계자는 “설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음주문화를 되돌아보게 된다”며 “설문이라기보다 사실상 음주를 자제하자고 촉구하는 e-메일이었던 셈”이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금주 캠페인을 지난 4월 시작한 금연운동 때처럼 인사나 승진에 반영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임원 승진, 해외 주재원 선발, 해외 지역 전문가 선발 때 흡연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음주가 많은 연말이 아닌데 이런 캠페인을 하는 것은 뜻밖”이라며 “동료들은 애플의 손을 들어준 미국 법원의 평결 결과를 그룹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라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수뇌부가 심기일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창의적 두뇌활동에 영향을 주는 음주를 절제하도록 독려한다는 해석이다.

29일 열린 삼성 수요 정례 사장단 회의에서도 음주가 두뇌에 미치는 영향이 거론됐다. 회의에서는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뇌공학을 통해 본 창조 역량’을 주제로 강연했다. 정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때 뇌의 모양이 어떤지를 연구해 왔다. 삼성그룹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알코올이 두뇌의 창의력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내용과 음주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창의적 인재가 부족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강연에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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