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한국판 저커버그가 나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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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일자리 부족이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또 다른 문제는 혁신의 부족이다. 삼성-애플 간 특허분쟁에서도 봤듯이 과거와 같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으론 한계가 있다. 과감하게 리스크를 수용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최초 참여자)가 우리의 살길이다. 다행히도 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혁신형 창업이 그것이다. 스무 살 때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 기업으로 키운 저커버그 같은 기업가가 이제는 한국에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정보기술(IT) 창업 열풍이 유독 IT강국이라는 우리만 비켜가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요즘 청년들 사이에 1990년대 후반과 같은 제2차 벤처 붐이 일고 있다니 참으로 반갑다. 6월 말 현재 벤처기업협회에 등록된 벤처기업이 2만7000여 개. 이 중 1만 개가 최근 2년 새 생겨난 벤처라고 한다. 또 과거와 달리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벤처가 늘고, 창업자의 전공도 공대생 위주에서 인문사회과학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런 창업 열기를 어떻게 지속시키는가, 저커버그와 같은 성공 모델이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거품으로 끝났던 1990년대 후반의 1차 벤처 붐 전례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청년 기업가들의 능력과 열의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벤처 선순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금 지원만으로는 안 된다. 창업-투자-성장-인수합병-재창업의 선순환 고리가 훨씬 중요하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인규베이팅 시스템은 물론 창업 아이템을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멘토링해 주는 시스템, 창업자에게 기술과 자금을 연결해 주는 중계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한다. 한번 실패하면 매장당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 모처럼 불어닥친 벤처 붐의 열기가 꺼지지 않도록 모두가 정성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