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신 채권·채무조정 작업…소득없이 표류

중앙일보

입력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 부도로 인한 채권.채무조정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20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한부신측 법무법인인 `화백'이 채권.채무조정안을 마련, 삼성중공업. 기술신보 등 주채권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한부신이 법무법인을 통해 채권자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부신 문제는 기본적으로 채권자와 한부신이 자율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게 건교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부신 사태의 가장 큰 현안인 분당테마폴리스의 경우 한부신의 채무액은 삼성중공업 미지급 공사비 1천31억원, 기술신보의 보증금과 차입금 1천600억원, 차입금 1천163억원, 한미은행 보증금 197억원 등 3천300억원에 달하는 반면 한부신이 미분양상가 매각, 분양잔금 등을 통해 조성할 수 있는 돈은 1천600억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부신 부도로 상가분양이 사실상 중단된데다 이미 분양받은 상인들도 분양잔금을 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테마폴리스에서 한부신의 채권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또 한부신은 당초 34개 사업장중 수익성 있는 사업을 가려내 5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자회사인 국민자산신탁에 맡기고 수익성 없는 사업은 다른 사업자에 매각, 청산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매각은 커녕 분류작업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함께 테마폴리스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성남시 모란버스터미널의 고속버스 60대가 테마폴리스의 터미널로 옮겨져 운행되고 있지만 테마폴리스 부근의 유동인구 증가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 관계자는 "모란터미널에서 고속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시외버스"라며 "테마폴리스의 유동인구가 증가하려면 시외버스가 이전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부신 사태가 전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채권자들은 독자적으로 채권확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한부신측과의 채권채무협상에 아무런 희망을 갖고 있지않다"면서 "채권단과 한부신을 상대로 한 공사비 지급 청구 소송이 완료되면 경매를 통해 공사 미수금을 확보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은행과 동양종금, 한국감정원 등 13개 채권금융기관들도 6개월의 채권유예기간(8월27일)이 지나면 다양한 방법으로 채권보전절차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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