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북교육감, 학교폭력 온라인설문 허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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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 초·중·고교 학생 541만 명 가운데 전북지역 학생 20여만 명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지난 27일부터 한 달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온라인으로 접속해 학교폭력 실태 설문에 응답해야 하는데 전북 학생만 예외라고 한다. 김승환 교육감은 학생들이 NEIS에 접속해 설문에 응하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학생들의 접속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 대신 학교별로 서면 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NEIS는 학교생활기록부 등의 작성·발급·열람 등 온갖 학교 행정 기능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며, 교사들이 매일 같이 여기에 접속해 학사 업무를 처리하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을 열람한다. NEIS는 운영된 지 10년 가까이 되며, 학생이 여기에 접속하면 별도 인증번호를 받는다.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도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있으니 접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온라인으로 은행 업무를 보지 말라는 말과 같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전국교육감협의회장 자격으로 전북의 온라인 조사 참여를 여러 차례 촉구했으나 그는 거부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성향으로 분류되는 서울·경기·강원·광주교육감들도 온라인 실태조사를 막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요즘 전북이 외딴 섬이 된 건 NEIS 반대 투쟁을 벌였던 교육감 개인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북 방식대로 학생의 개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학교로 하여금 학생들의 설문 자료를 취합하게 하면 학교는 폭력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온라인 설문에서는 학생들이 학교나 주변 일진 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설문에 응하는 장점도 있다. 특히 설문 내용 중 피해·목격 사례는 117 학교폭력신고센터로 곧바로 연결된다. 폭력에 숨죽이며 살아온 피해 학생들을 구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서면 조사를 하겠다는 건 소신이 아니라 막무가내식 권한 남용일 뿐이다. 김 교육감은 고집을 버리고, 학생들이 온라인 설문에 응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