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테라피 ① 스트레스 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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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을 맞아 학교에 돌아간 자녀들은 학업부담으로, 여름 휴가가 끝난 직장인들은 하반기 계획과 쌓여있는 업무로, 환절기를 앞둔 주부들은 가족의 건강을 챙기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다.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푸드 테라피’, 첫 회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음식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연스레 먹을 것부터 찾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매콤한 맛을 내는 요리다.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먹고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 맵거나 단 음식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매콤하면서 자극적인 음식과, 단 음식은 강하게 미각을 자극해 정서적 마취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곧바로 “이같이 자극적인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자극적인 음식의 마취제 역할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스트레스 받을 때 초콜릿·사탕 같은 단 음식을 먹으면 잠시 스트레스가 완화되지만 잠시 후 다시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져 점점 더 자주, 점점 더 많이 단 음식을 찾게 된다. 문제는 기름진 음식과 단 음식을 반복해 섭취하면 결국 비만·고지혈증·당뇨병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실제 비만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스트레스가 계기가 되어 비만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매운 음식은 위를 자극해 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빠른 속도로 혈당에 변화를 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따라서 혈당의 변화가 큰 단순 당질 식품, 즉 설탕이나 시럽이 듬뿍 들어 있는 간식과 캐러멜, 꿀, 사탕, 초콜릿은 되도록 멀리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거나 매운 음식을 먹고 싶다면 가급적 열량이 낮은 음식을 선택한다. 쉽게 말해, 단 음식을 먹더라도 초콜릿·아이스크림·청량음료 보다는 과일을 먹는 식이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도 기름지지 않으면서 담백한 메뉴를 고른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찾는다면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이 답이 될 수 있다. 비타민C는 항산화 성분으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면역기능을 높일 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줄여준다. 딸기·오렌지·레몬·고추·귤·피망·브로콜리·키위·토마토·감자·양배추·시금치 같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러나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저장과 조리 및 가공법에 따라 파괴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조리하고 금속용기와의 접촉을 피한다. 또, 포도와 복숭아처럼 당분이 많은 것보다 수박·토마토·당근처럼 당분이 적은 것을 먹으면 스트레스는 줄이면서 비만에 대한 우려도 없다. 우유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우유에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이 아미노산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세로토닌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재료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소 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무기질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한다.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체내에 비타민과 아연 같은 무기질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술과 카페인이 있는 음식은 피한다. 술은 일시적으로 긴장을 이완시켜주지만 알코올 성분이 부신을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증가시켜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인다. 음식을 먹을 때는 여러 번 씹어서 천천히 먹고 먹을 때는 틈틈이 쉬는 습관을 기른다.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채소·과일·현미처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고,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가공식품의 섭취는 줄이는 것이 보다 근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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