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간 탐험 (31) - 뽀빠이 돈 짐머

중앙일보

입력

뉴욕 양키스의 벤치코치 돈 짐머의 별명은 뽀빠이(Popeye)다.

브루클린 다저스가 '여름의 사나이들(Boys of Summer)'로 불렸던 1955년의 어느날, 짐머는 홈런 두개를 연속으로 에버츠 필드의 관중석 상단으로 날려보냈다. 짐머가 두번째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포수 로이 캄파넬라가 그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뽀빠이 같은 팔뚝을 가졌으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군"

이것이 짐머가 시금치 깡통을 따지 않고서도 뽀빠이란 별명을 얻게 된 연유다.

경기전 데릭 지터가 그의 모자를 만지고 출전할 정도로 양키스 승리의 상징이자, 조 토레 감독의 훌륭한 조언자인 짐머는 유달리 빈 볼(bean ball)과 인연히 깊다.

몇 년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날라오는 공에 한 방 맞은 짐머는 다음날 독일군 헬멧을 쓰고 덕아웃에 나타나 폭소를 자아냈다. 물론 애교 섞인 해프닝이었지만, 짐머에게는 그만큼 지긋지긋한 공이다.

1953년 짐머는 마이너리그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에서 홈런 · 타점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짐머는 7월 8일 짐 커크가 던진 직구에 머리를 직격으로 맞았고,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물론 그는 배팅 헬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3주동안의 혼수상태 끝에 짐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다시 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이듬해 다저스의 보조 3루수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짐머는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1955년, 15홈런 · 50타점으로 발전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강력한 1루송구가 일품이었다.

1956년 6월 24일, 짐머는 신시내티 레즈의 할 제프캇이 던진 직구에 이번에는 광대뼈가 주저 앉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그 부상으로 짐머는 시즌을 마감했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 중요한 시간을 잃어버렸다.

3년 후 다저스는 짐머를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시켰다. 짐머는 다저스를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타자에게 밥먹듯이 위협구를 던지는 돈 드라이스데일을 찾아갔다.

"너 나한테 빈 볼 던지면 가만 안 놔둘꺼야"

내셔널리그 최다사구(死球)기록을 갖고 있는 드라이스데일은 이후 짐머에게만큼은 절대로 위협구를 던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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