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중앙전은 행마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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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결승 1국>
○·원성진 9단 ●·구리 9단

제 4 보

제4보(53~68)=광활한 들판에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중앙전이 시작됐다. 흑이 타개하고 백이 공격하는 싸움이다.

전투 개시를 알리는 흑의 첫 수 ▲가 무거운 수여서 △의 젖힘을 불러왔고 다시 54의 이단 젖힘을 초래했다(▲는 53 자리로 가볍게 두는 것이 좋았다). 이 부분에선 흑이 약간 당했다. 58로 뻗으니 상변 백 집도 근 40집에 육박한다. 이게 좌변과 합해진다면 백도 실리에서 밀릴 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59가 놓이자 공격과 수비가 미묘하게 흔들릴 조짐을 보인다. 가만 보면 중앙에 장벽처럼 늘어섰던 백의 대세력이 어느덧 많이 약해졌다. ‘공격의 대상’까지는 아니지만 흑도 반격이 가능한 지점까지 온 느낌이다. 원성진 9단은 이 점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중앙전은 행마의 예술이며 엷음과 두터움의 미학이다. 무엇보다 단 한 수만 삐끗해도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그러므로 엷어지면 안 된다. 사소한 실리에 미련을 두지 말고 오직 ‘전투’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그게 쉬운가. 바둑이란 최종적으로 집을 세 승부를 결정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원성진의 뇌리를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60으로 붙여 그동안 던져 두었던 돌들을 활용한다. 61~67까지 필연의 수순을 거쳐 백은 68이란 탄력적인 한 수를 얻어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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