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부활하는 '전차군단' 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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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전차군단' 독일이 녹을 닦아내고 다시 힘찬 진군을 시작했다. 독일은 '죽음의 조' 로 불리는 2002월드컵 유럽 예선 9조에서 4전 전승(승점 12)을 거두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잉글랜드(2승1무1패 · 승점 7)와는 무려 5점이나 승점 차를 벌렸다. 2000유럽선수권에서 1무2패로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독일이 1년도 안돼 놀랍게 변신한 것이다.

독일은 지난해 10월 8일(한국시간) 예선 2차전인 잉글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1 - 0 승리를 거두면서 진군 나팔을 불었다. 헐리게 되는 런던 웸블리 구장의 마지막 경기에 운집한 7만 관중은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34년 만에 숙적 독일을 격파한 잉글랜드의 승리를 믿었다. 그러나 독일은 디트마르 하만(리버풀)의 25m 중거리포 한 방으로 잉글랜드 팬들을 울렸다.

몸을 추스른 게르만 군단은 이후 알바니아와 그리스를 연파하며 강자의 복귀를 알렸다. 독일은 핀란드(6월 3일) · 알바니아(6월 7일)와의 원정 2연전에서 1승1무 정도만 기록하면 본선 티켓을 손에 쥐게 된다.

독일이 짧은 시간 안에 월드컵 3회 우승국의 위용을 되찾은 데는 루디 펠러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이 큰 몫을 했다.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직후 망가진 전차 군단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펠러는 독일축구의 고전인 3-5-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4-3-3, 3-4-3 등 경기마다 다양한 포메이션을 시험하며 조직력을 끌어 올렸다.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이 4-4-2와 3-4-3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추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독일 축구의 영광을 재현할 비밀 병기는 21세의 신예 제바스티안 다이슬러(헤르타 베를린)와 체조선수 출신인 밀로슬라브 클로제(23 · 카이저스 라우테른)다. 둘은 월드컵 예선에서 나란히 두 골씩을 기록 중이다. 다이슬러는 좌우 사이드 돌파에 이은 정확한 센터링과 확률높은 슈팅력을 자랑한다. 클로제는 두 골 모두 교체 멤버 투입후 터뜨려 확실한 해결사로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노장 올리버 비어호프(32 · AC 밀란)의 득점력이 살아나고,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신들린 듯한 방어로 바이에른 뮌헨을 결승까지 끌어올린 골키퍼 올리버 칸의 투혼이 더해지면 누구도 독일을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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