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체육회·축구협회 박종우 대처에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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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명보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을 이끈 홍명보(43) 감독이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의 미숙한 대처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박종우(23·부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행정적 대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은 먼저 “개인적으로 박종우가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박종우는 어느 선수보다 우리 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 충분히 자격 있는 동메달리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도착했을 때 박종우가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은 체육회의 결정이라고 들었다. 이후 행사에도 참석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홍 감독은 박종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16일 열린 청와대 만찬에는 참석할 것을 권유했다. 홍 감독은 “체육회나 축구협회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으로서 박종우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굴욕적인 서한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런 공문은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단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에 먼저 서한을 보냈어야 했는지에 대해선 저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똑같다”며 아쉬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종우의 비스포츠적 행위에 대해 이해와 아량을 바란다’는 내용의 서한을 일본에 보내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향후 계획을 묻자 홍 감독은 당분간 휴식하며 재충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3년6개월 동안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에너지와 경험, 지식이 소진됐다. 앞으로 어떻게 머릿속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을지 생각하겠다”며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한 가정의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쉬는 기간에 자신의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 박사과정(고려대 교육대학원) 논문 준비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차기 A대표팀 감독직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고 최강희(53) 현 감독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날 박종우는 창원축구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속팀 부산과 경남의 K-리그 29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박종우는 이날 선발로 나오진 않았지만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어떤 젊은 분이 푯말을 줬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 그렇게 큰일인지 몰랐다”며 ‘독도 세리머니’가 우발적인 해프닝이었음을 밝혔다. 이어 “시상식 가는 도중에 메달을 받지 못한다고 이야기해 놀랐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박종우는 “홍명보 감독님이 그렇게 말해 주면 감사한 일이다”며 자신을 옹호해 준 스승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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