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교도소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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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의〈거짓말〉로 우리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사 신씨네가 1년 6개월여만에 신작〈교도소월드컵〉을 내놓았다.

'Goal(골)때리는 영화'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제목이 반쯤은 말해주듯 교도소재소자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축구 경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오스틴파워〉시리즈 같은 '과장된'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딱딱 계산되고 절제된 유머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이라면 황당하게 느껴질 법도 한 영화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봐 달라'는 방성웅 감독의 부탁대로 마음을 비우기 시작한다면 저도 모르게 박장대소가 터져 나온다.

배우들의 눈이 시계추처럼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갔다하는 장면이나 머리가 골대에 인정사정없이 부딪쳐도 배시시 웃는 골키퍼까지 만화적 상상력이 총동원됐기때문. 또 17명의 주,조연들이 제각각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스크린을 휘젓고 다니면서 속사포처럼 대사를 내뱉는데, 일단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독특한 이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제1회 교도소월드컵'을세계 각국에 제안한 데서 시작한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 뽑힌 원주교도서는 '잔형감형' 등의 포상을 내걸고 재소자들을 상대로 부랴부랴 축구팀을 구성한다.

늘 술에 절어 사는 교도관(황인성)을 사령탑으로, 툭하면 교도소 굴뚝에 올라가'존경하는 재소자 여러분'을 외치는 '굴뚝'(전철우), 궁금한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공갈협박범 '질문'(조재현), 종교단체 전문털이범 '종교'(송영탁), 육두문자를 입에달고 사는 '개심통'(장두이), 9년째 복역 중인 교도소내 유일한 사형수 '빵장'(정진영)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된 '희망팀'이 꾸려진다.

처음에는 오합지졸이었던 팀이 부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뜨거운 동료애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결국 우승을 거머쥔다는 게 이 영화의 예정된 수순이다.

그런데 사공이 너무 많아 산으로 올라가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희화화시킨 17명의 배우들을 골고루 보여주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극 전체가산만한데다 종종 억지 웃음을 강요하기도 한다.

또 정진영이나 조재현, 장두이, 박인환, 황인성 등 중량감있는 배우들의 연기가하나같이 어색한 것은 감독의 미숙한 연출 탓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특히 딱 두 장면을 빼면 남자들만 나오는 이 영화에서 어정쩡한 멜로까지 삽입한 것은 구색 맞추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수시로 나오는 '쿵' '쾅' '두근두근(심장박동소리)'거리는 요란한 음향과 화면에 너무 자주 멋을 부린 점, 대사와 효과음의 불협화음은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힐 것 같다. 19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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