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 대사관 철통 포위 벽에 막힌 어산지 탈출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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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줄리안 어산지 지지자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어산지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폭로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에콰도르 정부가 16일(현지시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41)의 망명을 허용했다. 하지만 어산지가 무사히 영국을 떠나 에콰도르에서 자유를 누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어산지가 스웨덴을 거쳐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종신형이나 사형에 처해지는 등 정치적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망명 허용 이유를 밝혔다.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올 5월 영국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스웨덴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들이자 어산지는 6월 19일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 허용을 요청해 왔다.

망명 허용 발표 직후 어산지는 “에콰도르의 결정은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을 떠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영국 경찰은 30명의 경관과 9대의 밴을 상설 배치해 대사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어산지를 외교행낭에 넣어 에콰도르로 보내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에콰도르 정부가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지 의문이다. 또 변장을 하고 몰래 빠져나가 공항에 가더라도 어산지 같은 유명인이 위조 여권을 이용해 비행기 탑승에 성공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나마 그를 에콰도르 유엔대사로 임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에콰도르 입장에서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어산지가 무사히 영국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상황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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