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삼경정보통신 김혜정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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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에 1대를 시범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앞으로 2년간 1천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경우 2년간 4백~5백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며칠 전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올해 매출이 1백20억~1백50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독일 수출이 제대로 진행되면 2백억원 정도 더 늘어날 것이다. "

- 국내 우체국에선 아직 기계보다 창구를 찾는 고객이 더 많은데.

"우체국이 문을 닫았을 때 활용하기 위해서는 외부에 많이 설치해야 한다. 지금까지 설치된 56대는 모두 우체국 내부에 있다. 이달 중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백화점 등 10곳에 설치해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우편 무인창구 시스템은 1대가 대략 두 사람 몫을 한다. 기계 설치가 늘어나면 DHL 등 외국기업에 빼앗기는 물량을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다. "

- 자동분석시스템과 우편 무인창구 시스템, TFT-LCD 등 삼경의 사업 아이템들이 기술적으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인다.

"틈새시장을 자꾸 개발해서 경쟁력을 갖추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들이다. 자동분석 시스템은 하는 업체가 없는, 전형적인 틈새시장이다. 우편 무인창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스터디했던 내용인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살길을 찾기 위해 다시 들쳐냈다. LCD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했다. 이제 시작단계인데 디자인을 특화해서 ''다빈치'' 상표로 생산할 생각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우편 무인창구 시스템에 주력할 계획이다. "

- 기술을 모르면서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게 어렵지 않나.

"오너는 마케팅만 알면 된다. 물건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능만 알면 되지 않나. 기술자는 기술자끼리 이야기하면 된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 겁을 먹었다. "

- 여성 IT벤처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게 됐는데.

"여성 IT기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후진도 양성해야 한다. 여성 IT창업이 늘고는 있다지만 아직 많은 숫자는 아니다. 여성 벤처들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

- 벤처 대표가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의 꿈인 유치원 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봉터미널에 분식집을 차려 5년간 돈을 모았다. 방송통신대학에도 뒤늦게 입학해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삼경정보통신은 남편이 새로운 일을 하겠다며 유치원 방 한칸을 비워서 설립했는데, 1년 만에 빛도 못보고 세상을 떠나서 내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 "

- 유치원과 벤처기업을 병행하기가 힘겹지 않나.

"기업을 맡은 뒤에도 매주 월요일 유치원 회의에는 꼭 참석한다. 유치원이 벤처기업과 전혀 상관없는게 아니라 다 연결된다. 유치원에서 동영상으로 교육도 하고 아이들 모습을 부모들이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도록 동영상 중계한다. 유치원은 비즈니스가 아니고 보람있는 일이어서 계속할 생각이다. "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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