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유전자 변형' 아기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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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료센터의 생식의학연구소는 지난 3월 영국 전문지에 "불임 치료 과정에서 사람의 생식세포 유전자가 처음으로 변형됐다" 고 발표했는데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윤리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친의 유전자 외에 불임 치료에 이용된 다른 여성의 난자 유전자까지 받은 유전자 변형 아기는 현재 약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고령 등으로 난자의 상태가 나빠 임신하기 어려운 여성의 난자에 다른 건강한 여성의 난자 세포질을 주입한 뒤 정자와 체외수정하는 ''세포질 이식'' 불임 치료를 실시했다.

세포질은 핵을 제외한 부분으로 에너지 대사를 관장하는 소기관 미토콘드리아가 포함돼 있으나 핵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아기에게는 양친의 유전자만 전수되는 것으로 의학계는 보아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으로 탄생한 아기 2명의 혈액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양친의 유전자 외에 난자의 세포질을 제공한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도 섞여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얼굴 형태 등 신체적 특징은 대부분 핵의 DNA에 의해 지배되는 데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양도 핵 유전자의 0.03%정도여서 아기 유전자에 대한 양친의 영향은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측은 "유전자가 변형된 아기는 모두 15명이 탄생했으며 이 가운데 4세 어린이와 쌍둥이도 포함돼 있다" 며 "이들의 건강상 문제는 없다" 고 밝혔다. 유전자 변형 아기는 다른 불임치료 시설에서도 15명 정도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 관련 국제단체가 1990년 일본 아이치(愛知)현 이누야마(犬山)시에서 채택한 ''이누야마선언'' 은 자손에 영향을 주는 생식세포 유전자의 변형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 정부도 생식세포의 변형과 관련된 연구에 대한 자금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윤리적인 문제에 관한 비판에 대해 "핵의 유전자를 바꾸지 않고 난자문제 해결을 꾀하는 것이 목적" 이라고 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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