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기종 보잉서 에어버스로 바꿀 조짐

중앙일보

입력

정찰기 충돌사건 이후 미국 부시행정부와의 갈등관계를 전세계에 노출한 중국이 자국 항공사의 항공기 기종을 기존의 보잉에서 에어버스로 바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최대의 영자신문인 차이나 데일리의 보도를 인용, 지난달 말 1백24석 규모의 에어버스 A319 제트기가 중국의 서남항공사 의뢰로 티베트에서 시험 운항을 했으며 이는 중국내 기종 변화를 예고한다고 7일 전했다.

모든 기종을 보잉으로만 보유하고 있던 서남항공사가 굳이 에어버스를 시험 운항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미.중간 갈등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항공기 구입처를 미국의 보잉에서 유럽의 에어버스로 전환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1996년 대만 해협의 미사일 위기 때 보잉에서 15억달러 규모의 항공기를 구입하려다 에어버스로 구매선을 바꾸버린 전례가 있다.

중국은 향후 20년간 1천6백여대의 항공기를 구입할 예정인 큰 시장이다.

특히 구입예정 항공기의 3분의 2 가량이 1백석 이상의 대형기여서 점보기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한 두 회사로서는 양보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에어버스 항공기는 프랑스군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로 중국 정부의 수입금지 품목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내 시험비행이 허용된 것이 수입금지가 해제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잉사 임원은 "미.중간 긴장이 수주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대만 무기 판매 강행과 대(對)중국정책 전면 재검토 발언 등으로 유럽의 에어버스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 전망이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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