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들 보험금이 왜 농장 女주인 계좌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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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경북 의성군의 한 저수지에서 20대 청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자는 인근 마을에서 나고 자란 28살의 지적장애인 권모씨. 그는 이웃 주민과 낚시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권씨를 부검한 경찰은 뇌의 특정 부분에 물이 들어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익사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뜻밖의 일이 생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4월, 권씨 앞으로 보험이 두 개나 가입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주장이 유족들에 의해 제기돼 경찰 수사가 재개됐다. 수사 결과 보험은 권씨가 일했던 농장의 여주인 김모씨가 들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권씨가 숨지기 2개월 전, 8개월 전에 각각 가입됐다. 권씨 사망 후 지급된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은 권씨 어머니 몰래 농장 여주인의 계좌로 이체돼 있었다. 또 다른 보험은 아예 수혜자가 농장 여주인으로 돼 있었다.

여주인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권씨가 농장에서 일하다 다칠 수 있어 대신 보험에 가입해줬다”고 말했다. 보험금이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온 데 대해선 권씨 어머니가 직접 보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변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권씨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자신이 돈 관리를 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씨 어머니도 3급 지적장애를 겪고 있다. 그는 “농장주 김씨가 시키는 대로 은행에 따라가 계좌를 만들었을 뿐 보험금이 지급됐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사건은 권씨 사망 2개월 전 가입했던 D보험사가 제3자인 농장 여주인이 수혜자인 걸 수상히 여겨 지급을 거부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또 농장 여주인은 권씨 사망 전 그를 은행에 데려가 2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그 돈을 몰래 사용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권씨가 매월 공공근로를 하고 번 수십만원의 돈도 여주인이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수사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이 권씨 살해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부족해 농장주 김씨를 보험금 갈취 관련 준사기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JTBC ‘탐사코드J’에선 시골마을을 발칵 뒤집은 20대 지적장애인 사망 사건을 최근 추적 보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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