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의 홍콩뷰] 중국인 가격에 민감해져 … 필수 소비재 선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최근 태풍이 연달아 몰아닥치면서 중국이 큰 피해를 봤다. 이번 달에만 큰 태풍 3개가 중국을 덮쳤다. 월초에는 9호 태풍 사올라가 대만을 거쳐 중국 남부 푸젠성과 저장성을 덮쳤고, 이어 10호 태풍 담레이와 11호 태풍 하이쿠이가 지난주 상하이와 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다. 중국 기상 기록 이후 이렇게 짧은 기간에 태풍이 연속해 오는 상황은 처음이다. 게다가 지난달 베이징에 60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왔고 홍콩과 중국 남부에도 13년 만에 최고 등급 태풍이 왔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한 달 가까이 중국이 태풍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7월과 8월 사상 최악의 태풍이 연이어 덮치면서 그 여파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해를 본 곳 중 하나가 유통업체다. 도심이 물에 잠기고 태풍이 오는 와중에 쇼핑을 하러 갈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국인의 씀씀이도 줄고 있었던 데다 폭우·태풍 같은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3분기에도 소비가 회복되기는 힘들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태풍이 오기 전부터 경기부진으로 중국인의 소비패턴은 보수적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가격도 묻지 않고 사던 중국 소비자가 점점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 같은 업종에서 보더라도 저렴한 상품에만 돈이 몰린다. 온라인 쇼핑이 좋은 예다.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타오바오(비상장) 같은 온라인 업체에 주문이 몰린다. 온라인 업체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어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10.7%)을 크게 앞질렀다.

 소비패턴 변화는 업종별로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필수소비재가 경기 민감 소비재보다 선방하고 있다. 필수소비재 기업으로 티슈 등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빈다는 중국 중소 도시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데,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CPMC 같은 알루미늄 캔 제조업체도 전반적인 소비수준 향상에 힘입어 음료 판매가 늘면서 안정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매출 증대로 시장이 올 들어 1% 하락하는 동안 빈다 주가는 25%, CPMC는 57% 상승했다.

 반면 경기에 민감한 종목은 실적이 부진하다. 소후 같은 인터넷 업체는 광고가 줄면서 2분기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왔고, 3분기 실적 예상치도 최근 낮췄다. 홍콩과 중국에 1600개 이상 점포를 가진 보석판매상인 초우타이푹은 고가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주가도 연초 대비 30% 하락한 상태다. 중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골든이글도 작년보다 판매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연초 대비 10% 하락했다.

 특히 5월 이후에는 필수소비재의 주가가 경기 민감 소비재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다. 5월 이후 중국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필수소비재의 주가가 선방하는 이런 모습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폭우와 태풍으로 경기 민감 소비재의 3분기 실적은 안 좋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판단이다. 소비심리는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돌아섰다는 확신이 서야 경기 민감 소비재 쪽으로 관심이 돌아설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유럽과 미국 등의 대외 여건이 최악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이고, 중국도 하반기 기업 실적이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말에 예정된 정권교체 이후 정책부양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증시의 변곡점이 멀지 않아 보인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상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