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CEO들 속속 연구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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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박정서 대표에게 경영을 맡기고 최고기술책임자(CTO) 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이사로서 필요한 일은 하지만 대외업무에서는 대부분 손을 뗐다.

장사장이 CTO로 나서면서 이 회사의 연구.개발 조직은 활기가 넘친다. 연구팀장이 대표이사다 보니 의사결정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조직도 강화됐다. 제품개발도 장사장의 경영경험을 토대로 보다 실용적이고 시장 수요에 맞는 방향으로 맞춰져 연구팀뿐 아니라 회사 전체의 기대도 높다.

무엇보다 행복해 하는 것은 장사장. 그는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고 말했다.

벤처기업 창업자들의 탈(脫) CEO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벤처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너 경영'' 체제로는 경쟁력의 한계를 느끼기 때문.

SW벤처 나모인터랙티브의 박흥호 전 대표는 지금 기술개발 담당 이사다. 이달 초 최준수 부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기면서 스스로 찾은 자리다. 김흥준 공동대표도 해외사업 담당 이사로 함께 내려왔다. 박.김 두 이사는 여전히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다.

오랜 연구.개발 경력의 박이사는 "안팎으로 경쟁이 치열한 SW업계에서 사장.대표라는 직함은 무의미하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며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경영체제를 바꿨다" 고 말했다.

대표적인 웹에이전시 업체인 홍익인터넷의 노상범 전 사장도 지금은 신규 전략사업 담당 이사다. 지난달 외국계 IT 업체에서 경험을 쌓아온 권오형 사장을 새 CEO로 영입했기 때문.

업계에서는 이처럼 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소유.경영을 분리하거나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는 벤처기업이 앞으로도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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