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수장학회서 박근혜에게 후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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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의 후원금 내역을 분석한 뒤 결과를 9일 공개했다. 현영희 의원이 박근혜계 핵심인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현경대 전 의원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냈다는 혐의가 제기된 만큼 박 후보에게도 비슷한 시도가 있지 않았는지 확인해 본 거다. 뚜렷한 단서를 찾아내진 못했지만 대신 정수장학회 관련자들 이름이 다수 확인됐다.

 그러자 공세의 방향을 ‘정수장학회’로 틀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후원 내역을 보면 (정수장학회) 최필립 현 이사장과 그의 장남·장녀·차녀,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으로부터 4500만원,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모임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으며 조카 한모씨와 조카사위로부터는 2004~2011년 3300만원씩 66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개인의 대선 경선 후원금 한도는 1000만원”이라며 “같은 집안에서 이름을 빌려 법정한도를 넘는 후원금을 내는 관행이 새누리당을 지배해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그동안 정수장학회와의 관계에 대해 “장학회 이사장은 오래전에 그만뒀고 제 개인 것이 아닌 공익법인”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박 후보 후원자 중 지역구·비례대표 공천 신청자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 의원은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 신청자인 남모씨와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인 이모·정모씨가 2007년 17대 대선 경선 때 각각 1000만원을 (박 후보에게) 후원했다”며 “공천 신청자들로부터 총 43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그러나 “이분들 중에서 공천받은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이상일 대변인은 “중앙선관위가 아무 문제도 삼지 않는 합법적 정치후원금”이라며 “야당의 치졸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공천을 신청했던 사람이든 아니든 후원금은 누구나 낼 수 있다”며 “‘대가성’이 입증돼야 불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박 후보 후원금 문제를 들고 나온 건 돈 공천 의혹사건과의 연결고리를 맺어 보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종걸 최고위원의 ‘그년’ 표현 논란을 진화하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물론 여성계까지 술렁이자 당내에선 이번 사태가 ‘제2의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인 이날 오후 트위터에 “저의 본의가 아닌 표현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거듭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 신중한 언행으로 활동하겠다”고 물러섰다.

양원보·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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