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이번엔 해커전

중앙일보

입력

중국과 미국 해커들의 전쟁이 한창이다.

공중 충돌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수출 등으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중.미 해커들이 각각 대규모 해커 군단을 조직해 사이버 공간에서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학원 산하 웹사이트 안전팀은 26일 중국에 비상 경계령을 하달했다.

지난 1일 중.미 공중 충돌이 발생하기 전 고작해야 하루 1~2건에 달하던 미국의 해커들 공격이 최근엔 40~50건으로 급증해 중국의 모든 사이트는 신속히 자체 검사 등으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 (http://www.sina.com)에 따르면 미국의 해커들은 포이즌박스(Poizon Box) 라는 조직을 결성해 ''모든 중국의 사이트들을 공격하자'' 는 격문을 띄워 중국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해커들은 자신들이 불의와 싸우는 정의의 해커라는 뜻에서 보통의 해커(黑客) 와 구별되는 ''훙커(紅客) '' 로 명명하고 대반격 작전에 나서고 있다.

1999년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을 오폭(誤爆) 했을 당시 미국 백악관의 일부 사이트에 침입해 사흘 동안 피해를 줘 악명을 떨친 이 중국 해커들은 1일부터 7일까지를 대회전의 기간으로 설정했다.

즉 1일의 노동절부터 7일간 쉬는 연휴를 이용해 미국에 대대적 보복에 나설 예정으로, 특히 중국 신문화 운동인 5.4 운동 발발일에 맞춰 5월 4일 중국의 애국주의 고양을 기치로 내세워 무차별의 미국 사이트 공격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북경 청년보(北京靑年報) 는 27일 사설에서 "어떤 동기도 해커의 활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며 중.미 해커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