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2전3기’ … 14년 만에 다시 한국 들어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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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가 국내에 들어온다.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은 8일 “내년 1월 피아트의 대표 차종인 친퀘첸토(500)와 친퀘첸토(500)C, 프리몬트 3개 모델을 한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피아트가 국내에 공식 수입되는 것은 1998년 이후 14년 만이다.

 피아트의 한국 시장 재진출은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시장은 올해 들어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6% 성장했다. 특히 중소형차들이 수입차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새로 등록된 수입차 1만768대 가운데 2000㏄ 미만 소형차가 5290대(49.1%)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는 소형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이게 될 차량도 1400㏄ 엔진을 적용한 친퀘첸토(500)와 친퀘첸토(500)C 모델을 골랐다. 7인승 컴팩트유틸리티차량(CUV)인 프리몬트도 2000㏄ 크기다. 친퀘첸토는 BMW 미니(1600㏄와 2000㏄), 시트로앵 DS3(1400㏄)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피아트의 한국 진출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전략도 반영됐다.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은 지난해 4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세계 일곱 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지만, 피아트만 놓고 보면 경영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올 2분기 피아트는 지난해 2분기보다 순이익이 92% 감소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2분기 13억 유로(약 1조8000억원)였던 순이익은 올해 2분기 1억300만 유로(약 1400억원)로 확 줄었다. 그래서 피아트는 투자를 줄이고,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루며, 여름휴가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 내 판매 감소가 주 요인이다. 2분기 이탈리아 현지 판매가 19% 줄어 7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유럽 이외 지역에서 판매를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맨리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피아트의 한국 진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아트 자동차의 국내 공식 수입은 크라이슬러코리아가 맡는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맨리 COO는 “한국 고객들은 크라이슬러코리아의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 피아트의 모델을 접하고, 보다 품격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트의 국내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피아트는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듬해인 88년 금호그룹이 국내에 들여왔으나 사업 부진으로 94년 철수했다. 2년 뒤인 96년엔 한보그룹이 다시 수입했으나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철수했다.

 피아트와 한국과의 인연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자동차에서 피아트124 모델을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해 국내 내수용으로 판매했다. 기아자동차가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한 뒤에도 84년까지 생산·판매하다가 기아차가 자체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피아트 생산은 중단됐다.

 피아트는 소형차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정일영 크라이슬러코리아 부장은 “피아트의 상징적 모델인 친퀘첸토(500)를 비롯한 개성 있는 차량들이 실용성과 디자인을 앞세워 트렌드에 민감한 신세대 소비자를 파고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놓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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