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까지 동원해 역사 논쟁 … 실효 지배지역 병력 증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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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의 남중국해 요새화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지난 6월 베트남 의회가 해양법을 개정하며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제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 중국명 난사군도)와 파라셀 제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중국명 시사군도)가 베트남의 주권 관할 범위에 있다고 규정한 지 하루 만에 중국이 속전속결로 싼사시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경제 공격도 시작됐다. 중국 국영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달 말 다국적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과 손잡고 베트남 인근 남중국해 9개 구역에서 유전 탐사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은 지난달 28일 “쯔엉사·호앙사군도가 우리 영토로 표기돼 있다”며 서방 고지도 56점을 공개했고, 중국은 이튿날 “시사군도 해저에서 중국 유물을 대거 발굴했다”고 주장하는 등 역사 공방도 이어가고 있다.

 메이클즈필드 제도 스카버러섬(중국명 중사군도 황옌다오)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은 지난달 31일 중국의 거센 반발 속에서 팔라완섬 해상의 3개 광구를 대상으로 개발 입찰을 실시했으나 완패로 끝났다. 사전심사를 통과한 이탈리아 ENI 등 15개 대형 업체들이 거대시장인 중국을 의식해 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1일 중국의 남중국해 휴어기가 끝나면서 선박 1만2077척이 조업을 재개함에 따라 어업전쟁도 우려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대만도 “난사군도 타이핑다오(太平島)에 8월 내 대공포 등 실전 무기를 확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인도와의 갈등도 재점화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 16일 아루나찰프라데시주(중국명 장난) 거주 학생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인도 외교부는 100명 규모의 양국 청년 교류 행사를 취소해버렸다. 중국은 이곳이 자국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5대 무인도 중 3개 섬을 매입하려 하고 있다. 중국 민간단체 댜오위다오협회는 해당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며 국가해양국에 임차신청서를 제출했다.

민경원 기자

◆싼사시=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도서인 시사(西沙)·중사(中沙)·난사(南沙)군도를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묶어 싼사(三沙)시로 승격시켰다. 베트남이 시사·난사군도의 주권과 관할권을 명시하는 내용의 해양법을 개정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싼사시 관할 해역은 260만㎢로 전체 중국 영토 960만㎢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의 갈등이 한층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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