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가 이재용을 만났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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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펩시·게토레이·치토스 같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미국 식음료 회사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55·여·사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을 찾았다. 미국 본사 회장이 한국을 찾은 건 펩시코 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한 지 43년 만에 처음이다. 누이 회장은 “롯데가 다른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요한 파트너사인 롯데를 만나러 서울에 왔다”고 방문 목적을 밝혔다.

 펩시코와 롯데칠성, 롯데제과는 1976년 이래 36년간 협업해 왔다. 펩시코가 음료의 원액을 롯데칠성에 제공하면 롯데는 이를 가공해 국내에 판매·유통하는 식이다. ‘보틀링 파트너’라고도 한다. 롯데는 2010년엔 펩시코의 필리핀 보틀링 파트너 ‘필리핀 펩시’의 지분 34%를 매입하기도 했다. 롯데가 펩시코와 손을 잡고 필리핀 시장에 진출한 셈이다. 누이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에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와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를 만나 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논의했다.

 누이 회장은 6일에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찾아 이재용 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삼성과는 첫 만남이라 앞으로 어떻게 사업이 구체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약 67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180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식음료 업계에선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다. 삼성에서도 우리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누이 회장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루트세일즈맨(영업사원)이 태블릿PC로 영업을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부분에 있어 삼성이 도움을 주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며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 등 선도적인 IT 기술을 어떻게 우리 비즈니스와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누이 회장은 “최근 4~5년간 미국은 경기가 좋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해결책은 브라질·러시아·인도 같은 해외 시장에 투자와 사업을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인구 절반이 아시아·중동 지역에 있다. 아시아는 인구의 연령대도 낮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특히 한국은 디자인·기술·문화를 수출하며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K팝에 열광하는 자신의 딸 이야기도 했다. 그는 “딸과 서울에 함께 왔는데 딸에겐 삼성·현대보다 K팝 콘서트에 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며 “K팝이 하나의 산업이나 문화가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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