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 "두려웠다"…박태환처럼 될까봐 눈물 펑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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쑨양

5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이 열린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센터. 세계신기록인 14분31초02로 터치패드를 누른 중국의 쑨양(21)이 전광판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자 환호성를 지르다 이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쏟아냈다. 옆 레인의 튀니지 선수 멜룰리(28)가 한참 동안 쑨양의 어깨를 다독여줄 정도였다.

 그 눈물에는 이유가 있었다. 쑨양은 결승에서 출발 버저가 울리기 전에 먼저 출발했다. 자칫 부정출발로 판정돼 실격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열린 자유형 400m 예선경기에서 박태환(23)은 출발 직전 몸을 미세하게 움직였다는 이유로 경기 후 실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쑨양에겐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기록도 인정됐다.

 쑨양이 실격되지 않은 이유가 뭘까. 스타트 진행요원이 “준비”라고 말한 이후 출발 버저를 누르는 대신 “제자리로(stand, please)”를 외쳤기 때문이다. 통상 수영경기에서 준비 신호가 떨어지면 경기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박태환의 경우 심판위원회가 몸을 움직였다고 판단한 시점이 준비 신호 이후였기 때문에 부정출발 판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날 장내는 유독 선수들에게 휘슬을 불어대는 관중으로 가득했다. 이에 진행요원이 장내를 조용하게 하기 위해 준비 신호 직후 출발 버저를 누르는 대신 이례적으로 “제자리로”라고 말했던 것.

 쑨양이 출발한 시점이 바로 이 ‘제자리로’를 외친 직후였다. 제자리 신호 이후에는 스타트 요원이 다시 준비 신호를 내려야 경기가 재시작한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심판위원회는 경기가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때 쑨양이 출발했고, 부정출발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1등으로 들어올 때까지 눈물을 꾹 참았던 쑨양은 경기 직후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잘못 출발하고 나서 물에서 나왔을 때 너무 두려웠고 머릿속이 하얗게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격될까봐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쑨양은 이날 우승으로 2관왕에 올랐고 올림픽 200m·400m·1500m 수영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한 역대 두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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