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주 만에 1인자 복귀할까, 메이저 통산 15승 달성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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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호 17면

91주-. 타이거 우즈(37·미국·사진)가 ‘넘버 원(No.1)’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시간이다.

두 개의 시험대 오르는 타이거 우즈

그는 2009년 11월 섹스스캔들이 터지면서 끝 간 데 없이 추락했다. 그가 세계랭킹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정확한 시점(한국시간 기준)은 2010년 11월 1일이다. 그해 44주째 랭킹에서 리 웨스트우드(39·잉글랜드)에게 밀렸다. 우즈는 올해 시즌 3승과 함께 지난달 23일 끝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라 90주 만에 랭킹 2위(포인트 8.369)까지 치솟은 상태다. 그러나 권토중래의 시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현재 1위인 루크 도널드(35·잉글랜드·포인트 9.838)에게 1.469점 뒤져 있다.

이번 주가 고비다. 우즈는 이번 주 두 가지를 시험 받고 있다. 첫 번째는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아콘의 파이어스톤 골프장 남코스(파70)에서 개막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92주째 만에 황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우즈는 1997년 7월 첫째 주 랭킹 1위에 오른 뒤 무려 623주 동안 독주했다. 이 기간 동안 역대 최고 기록인 281주나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우즈는 이 같은 ‘제2의 타이거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하고 도널드는 단독 3위 이하로 경기를 마쳐야 한다.

굳이 이 대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대회장 파이어스톤 골프장의 남코스가 우즈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우즈는 이곳에서 치러지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이미 일곱 차례나 우승했다. 99~2001년과 2005~2007년, 그리고 2009년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곳에서 48라운드의 경험을 갖고 있는 우즈는 그중 31라운드에서 파(Par) 플레이 이하의 성적을 거뒀으며 평균 타수는 68.3타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황제 복귀 무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의 플레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곳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다. 이 코스는 직관적이다. 그냥 눈앞에 펼쳐진 그대로다. 어떤 속임수도 없으며 무엇인가 숨겨 놓은 것도 없다.” 우즈는 대회 시작 전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이제 세계 2위까지 다시 올라왔다. 순위에서 처질 대로 처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복귀하는 길에 서 있다.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아주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순탄치 않다. 그가 첫날 텃밭에서 거둔 성적은 이븐파 공동 31위다. 이틀째 경기에서는 2타를 잃어 갈 길이 더 멀어졌다. 안방 무대에서 화려한 황제의 귀환을 꿈꾸던 그의 꿈이 무산될 수도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요소는 우즈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즈는 “올해 들어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스코어가 향상되었고 좀 더 일관성이 높아졌다. 이제는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나는 정말 편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 3승을 거두면서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진행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설령 이 대회에서 넘버 원 자리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메이저 통산 15승 달성의 시험이다. 이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주 10일(한국시간)부터 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이 열린다. 2008년 이후 메이저 우승이 없는 우즈로서는 과거 황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올해 마지막 기회다. 큰 틀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이미 치러진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40위로 부진했지만 US오픈에서 공동 21위,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로 좋았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지금 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주 우즈의 두 가지 시험에 베팅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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