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할부금융사 소액신용대출 시장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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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신용대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상호신용금고와 할부금융사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아니지만 신용이 낮아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영세 소상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 신용대출 시장은 '신용 회색 지대' 로 불린다.

그동안 고금리 사채업자와 일본계 대금업자 등이 이 시장을 차지해왔는데, 최근 국세청.검찰 등의 조사로 사채업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신용금고와 할부금융사 등 제도권 소규모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또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면서 신용금고.할부금융사와 경쟁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중개인까지 두는 신용금고〓지난해까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신용금고들은 최근 대출 규모가 예탁금의 70% 선에 그치는 등 자금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해 고심하면서 소액 신용대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금고들은 특히 지점이 적어 영업력이 달리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개인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중개인들은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대출금의 2%를 금고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근처에서 금융중개업을 하는 강모씨는 "사채업자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 앞으로 합법적인 급전대출 시장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신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동부금고는 지난 3일부터 1백만원인 대출한도를 5백만원으로 늘리는 한편 금리도 연 17.9~24%로 다양화했다. 현대스위스금고도 지난 9일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1백만원까지 빌려주는 '누구나대출' 을 내놓았다. 이미 급전대출 영업을 해온 한솔.중앙.협신.대양.한서금고 등도 영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할부금융사의 새 시장 개척〓삼성캐피탈은 지난해부터 원금의 10%를 상환하면 대출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아하론패스' 를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또 3~24개월 동안 대출해주면서 금리가 연 10~15%인 다양한 일반 신용 대출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난해 1조2천억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렸다.

현대캐피탈도 지난 1월 '드림론 패스' 를 내놓아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캐피탈은 연 14~21% 금리의 일반 신용대출과 함께 인터넷과 팩스를 통한 대출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그동안 할부금융사의 독점 영역인 자동차와 주택 할부금융 시장에 은행들이 뛰어들어 다른 자금 운용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며 "올해 할부금융사의 신용대출 규모가 2조원을 넘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일본계 대금업체도 변화〓일본계 자금을 들여온 대금업체 가운데 A&O인터내셔널과 프로그레스사는 "절대 무리한 채권 추심을 하지 않는다" 며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홍보에 나섰다.

이들은 최고 월 8.1%(연간기준 97.2%)의 초고금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대금업체인 로코쇼지가 대주주인 프로그레스사측은 23일 "사업 초기 단계여서 아직 조달금리가 높고 연체율 통계가 부족해 대출금리가 높지만 정부가 금리 제한을 둘 경우 당연히 따르겠다" 고 말했다. A&O는 지난달까지 1천억원, 프로그레스는 7백35억원의 신용대출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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