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남북한, 단일팀과 다름없는 `화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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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선수들에게 단일팀구성 실패에 따른 상처는 이미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치 누나가 동생을 오랜만에 만난 듯 정겨운 이야기가 끊일 줄 몰랐고 처음 만난 어린 선수들도 이내 벽을 허물어 마음으로는 단일팀이나 다름없었다.

남북한 선수들은 21일 대회가 열리는 주경기장인 오사카시립경기장에서 공식연습을 하다 우연히 만나 그 동안의 안부를 주고받은 뒤 지도자는 지도자끼리, 선수는선수끼리 선전을 다짐했다.

20일 밤 늦게 오사카에 도착한 한국은 이날 연습이 잡혀 있지 않았으나 12시부터는 테이블이 빈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연습장으로 향했는데 마침 북한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있어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서게 된 것. 91년 지바대회 단일팀 멤버였던 김택수(담배인삼공사), 이철승(삼성생명), 북한의 김성희는 두번째 단일팀멤버가 될 기회가 무산된 데 대해 특히 아쉬움이 컸다.

지난해 8월 삼성생명탁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단일팀멤버로 다시 뛰고 싶다고 말했던 김성희는 "아쉬움은 많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어떻게 하겠느냐. 서로 열심히 해서 각자 좋은 성적을 올리자"고 말을 건넸다.

김택수, 이철승, 김성희는 체육관과 식당 등에서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악수하며 한민족이란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또 서로 얼굴도 모르는 선수들도 유니폼에 붙은 `조선'이란 글자와 태극기를 보는 순간부터는 허물이 없어졌다.

지도자들도 정답게 소식을 주고받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했다.

한국팀의 강문수 감독은 지바대회때 `전문가'로 참가했던 장태삼감독과 선수들의 기량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이번 대회 예상성적을 물었고 채라우 조선탁구협회서기장은 예전과 달리 항상 웃는 모습으로 남측 선수들을 격려했다.

채라우 서기장은 한국대표팀의 김택수가 태릉선수촌 훈련에 하루 늦게 합류한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야 택수, 왜 훈련에 빠지고 그런 거야, 그러면 되겠어?"라는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측은 한국측이 구상하고 있는 남북선수단 개회식 동시입장에 대해서는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을 아직까지 굽히지 않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박성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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