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일어나지 못했던 '오뚝이' 사재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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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런던올림픽 역도 경기가 열린 영국 런던 엑셀 아레나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바벨을 들어올리다 놓치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다친 선수의 비명에 관중들은 안타까워했다. 국내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2일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올림픽 2연패를 노렸던 한국 역도 간판 사재혁(27·강원도청)이 부상 떄문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역도 남자 77kg급 A그룹 경기에 출전한 사재혁은 의욕적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뜻하지 않은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더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갑작스런 부상에 이형근 감독을 비롯한 역도대표팀 코칭스태프들도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사재혁은 인상 1차 시기에 나서 158kg을 성공시키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차 시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162kg을 신청해 바벨을 들어올렸지만 무게를 못 이겨 뒤로 떨어트렸고 이 과정에서 오른 팔꿈치가 꺾였다. '악' 소리를 내며 쓰러진 사재혁은 고통을 호소했고, 경기 진행 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플랫폼 아래로 내려갔다. 이 모습을 지켜본 이형근 감독은 눈물을 훔쳤다. 결국 사재혁은 인상 3차 시기와 용상을 모두 포기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예상보다 심각한 부상을 당했던 것은 금메달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랬다. 결과적으로 사재혁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선수 2명이 출전한 부담을 이기지 못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인상에서 차이를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무게를 들어올리려다 심한 부상을 입었다. 박종영 대한역도연맹 회장은 "신체 균형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바벨을 끝까지 붙잡았다. 이것이 화근이 돼 부상이 컸다"면서 "첫 시기에 동메달을 사실상 확보하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생각하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사재혁은 '부상 병동'이었다. 무릎·어깨·손목 등 큰 수술만 4차례 받았다. 대부분 선수 생활과 연결될 정도로 심각한 부상들이었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허리 통증으로 아예 훈련을 못 하다가 2주 전에 겨우 바벨을 잡아 집중 훈련을 했다. 그래도 부상을 딛고 일어서 국내외 대회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팔꿈치를 다쳐 쓰러졌어도 다시 일어설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의 별명 오뚝이처럼 말이다.

그러나 끝내 그는 일어서지 못했고, 4년간 준비했던 것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쓰러진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의 충격과 안타까움이 컸던 이유이기도 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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