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땐 정세균·박준영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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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은 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본선 진출자 5명을 발표했다. 31일 본선에 진출한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박준영 후보(왼쪽부터)가 기자회견 등을 열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5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면서 경선을 치른다.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뉴시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 본선 진출자가 5명으로 확정되며 주자 간 합종연횡(合從連衡)이 경선의 변수로 부상했다. 민주당은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고 있어 1위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2위 후보와 결선 투표로 막판 자웅을 가려야 한다. 이때 3, 4, 5위 후보가 1위와 2위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할지가 결선의 향방을 좌우한다. 막판 이변도 만들 수 있다. 합종연횡이 중요해진 이유다.

 당 안팎에선 일단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손학규·김두관 후보가 치열하게 상호 경쟁하면서도 막판 연대하는 시나리오에 주목한다. 공교롭게도 손 후보와 김 후보의 캠프는 여의도 신동해빌딩에 함께 입주해 있다.

 두 후보는 7월 31일 기선 제압에 나섰다. 손 후보는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수많은 민주적 중도층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손학규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을 섬기는 나라를 만드는 원대한 꿈이 있다”며 자신을 “개혁의 완성자”로 강조했다.

 두 후보로선 서로 2위 싸움에서 제쳐야 할 경쟁자다. 하지만 동시에 1위와 맞붙을 결선투표까지 감안하면 마지막에 힘을 빌려야 할 조력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현재의 지지율로 봐선 결선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2위와 3위의 연대는 불가피하다”며 결국 두 후보의 막판 연대 가능성을 점쳤다. 이 경우 ‘문재인 대 비문재인’의 구도로 결선이 치러지게 된다.

 합종연횡의 가능성은 경선 후보 5명 중 호남 출신의 두 후보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호남세를 무시하곤 바닥 조직에서 표를 얻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현역 전남도지사인 박준영 후보와 전북을 지지 기반으로 한 정세균 후보의 행보에 다른 후보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당 관계자는 “두 호남 후보 중 한 명이 PK(부산·경남) 출신의 문 후보와 연대할 경우 문 후보로선 영·호남의 화학적 결합으로 비춰지며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며 “최소한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이 호남표를 가져가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경선은 문재인·정세균 또는 문재인·박준영이 함께 움직이는 ‘지역 결합’ 구도가 된다. 문 후보 측에선 “만약 박 후보가 우리를 돕는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이 있겠나”라고 했다.

 ‘반성 없는 친노 진영’을 제기하고 나온 손 후보 측 역시 호남 출신의 두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손 후보 측은 “박 후보도 ‘참여정부 출신들론 절대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 범노무현계인 정 후보가 문 후보와 연대하고 박 후보와 손 후보가 함께 갈 경우 경선은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각 후보 진영은 합종연횡을 놓고 아직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당장은 ‘연대’보다는 ‘독자적 경쟁력’을 강조한다. 미리 연대부터 얘기했다간 자체 경쟁력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이날 박 후보 측은 정 후보와 ‘호남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공식적으론 “본 경선이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연대설을 일축했다. 연대 움직임은 8월 25일 시작되는 경선이 다가오며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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