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단거리는 끝났다. 박태환(23·SK텔레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유형 1500m에 도전한다.
단거리는 실격 판정 번복이 큰 여파를 미친 가운데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자유형 400m는 300m 지점까지 1위로 앞서갔으나 오심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쑨양(21·중국)의 막판 스퍼트를 따라가지 못했다. 자유형 200m는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어 메달권도 힘들다는 예상이었지만 값진 은메달을 추가했다. “(자유형 200m는) 야닉 아넬(20·프랑스), 쑨양, 라이언 로칫(28·미국) 세 명이 메달 싸움을 할 줄 알았다”는 말처럼 박태환 본인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사흘을 쉰 후 나서는 자유형 1500m에서는 어떤 성적을 보여줄까. 단적으로 말해 금메달은 힘들어 보인다.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14분34초14)인 쑨양이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쑨양은 현지시간 31일 계영 800m 예선을 치르고 이틀을 쉰 뒤 3일 1500m 예선에 나서 일정상 박태환보다는 불리하다. 그러나 쑨양은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체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판정 번복으로 컨디션이 무너진 박태환은 “일단 좀 쉬고 싶다”고 했다. 또한 “1500m는 쑨양이 최고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유형 1500m 전망이 그렇게 어두운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자유형 1500m 랭킹은 2위다.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지역대회에서 14분47초38을 찍었다. 쑨양이 4월 자국 선수권에서 기록한 14분42초30과 5초가량 차이를 보인다. 특히 2006 아시안게임에서 작성한 자신의 한국기록인 14분55초03을 7초65나 앞당겨 자신감이 붙었다. 박태환은 대회 한 달여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1500m 출전을 결정했다. 단거리에 대비해 스피드·순발력 위주로 훈련한 박태환이지만 지구력도 크게 줄지는 않았다. 박태환은 원래 1500m에서 두각을 나타내 단거리로 자신의 영역을 넓힌 선수이기도 하다.
런던=오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