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마라톤] 이봉주 우승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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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좌절의 저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반세기 만에 한국에 보스턴 마라톤 우승컵을 선사한 이봉주. 터질 듯 약동하는 이선수의 기관차같은 심장은 부친상의 아픔과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 참패라는 두개의 짐을 싣고 달렸다.

이선수는 보스턴에 선수 생명을 걸 각오였다. 지난 2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해, "이제 이봉주는 끝났다" 는 마라톤계 일각의 싸늘한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강한 투지와 정신력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철저한 준비가 이선수의 승리를 도왔다. 오인환 코치의 치밀한 코스 분석 및 작전,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를 받쳤다.

이선수가 11위에 그친 94년 보스턴대회 기록을 분석한 오인환 코치는 당시 이선수가 초반 25㎞까지는 뒤처졌다가 굴곡이 심한 30㎞ 이후 스피드를 발휘, 구간 최고기록까지 작성한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32㎞ 지점인 '심장파열 언덕' 이후 승부를 걸도록 했다. 여기에 막판 스퍼트가 강한 아프리카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40㎞ 이전에 단독선두로 나선다는 세밀한 작전을 덧붙였다.

작전은 훈련으로 시작됐다. 이선수는 충남 보령에서 대회 코스와 유사한 도로를 선정해 매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위한 준비를 거듭했다.

소속팀 삼성전자의 체계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도 보스턴의 영광에 밑거름이 됐다. 지난 1월 미국 앨버커키 고지대 훈련과 같은 해외 전지훈련은 물론 국내 훈련에도 철저한 사전 점검과 관리로 성과를 극대화했다.

◇ 이봉주 프로필

▶1970년 천안 출생, 2남2녀 중 막내

▶1m68㎝.56㎏

▶천안 광천고 1년 때 육상 장거리 입문

▶91년 코오롱 입단

▶92년 도쿄국제하프마라톤 우승

▶93년 호놀룰루마라톤 우승

▶94년 보스턴마라톤 11위-2시간10분벽 돌파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98년 로테르담마라톤 2위-한국최고기록(2시간7분44초)

▶2000년 도쿄마라톤 2위-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

▶2000년 시드니올림픽 24위

▶2000년 후쿠오카마라톤 2위

▶2001년 보스턴마라톤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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