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01 주간리뷰 (2) - 4월 둘째주

중앙일보

입력

1. 미네소타 미스테리

한국의 '돈 많은' 트윈스가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반면, 메이저리그의 '가난한' 트윈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자랑거리인 선발진의 연봉은 고작 1천만달러.

그러나 그들은 LA 다저스의 5500만달러짜리 선발진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브래드 래드키-에릭 밀튼-마크 레드먼-조 메이스-J.C. 로메로'에 곧 합류할 매트 키니까지 버티고 있어 선발진만큼은 중부지구의 우승후보라 할 수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보다도 한수 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트윈스를 지구꼴찌로 지목한 것은 가망이 없어 보이는 타선 때문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트윈스의 타선은 16일(한국시간) 현재 뉴욕 양키스와 함께 아메리칸리그 총득점에서 1위(78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받았던 파워에서도 경기당 1.33개의 홈런으로 지난해의 0.71개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유격수 크리스티안 구즈만과 1루수 데이빗 오티즈의 활약이 가장 기쁘다. 1번과 4번을 맡는 구즈만과 오티즈는 트윈스 타선의 중심축.

지난해까지 '톰 굿윈'이었던 구즈만은 지금 '자니 데이먼'으로 진화하고 있다. .299의 출루율이 A급 리드오프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375까지 올랐다. 트레이드마크인 3루타도 벌써 5개를 침으로써 지난해의 기록(20개)을 쉽게 경신할 수 있는 페이스다. 또한 오티즈는 덕 민트케이비치와 함께 팀이 가장 필요했던 파워히터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동안 잘 던지고도 패해야했던 트윈스 투수들에게 마침내 '봄날'이 왔다.

2. 하룻강아지의 돌풍은 이어진다

지난해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유격수 라파엘 퍼칼은 싱글 A에서 올라와 신인왕을 따냈다. 이것은 두 단계(더블 A-트리플A)를 건너 뛰었다는 말이며, 최소한 2년 이상을 단축했다는 말이 된다.

올해 역시 싱글 A에서 올라온 한 풋내기가 리그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신인 3루수 앨버트 푸홀스(21)다.

카디널스는 푸홀스를 위해 페르난도 타티스를 트레이드시켰지만, 그것은 내년을 바라보고 한 일이었다. 그러나 푸홀스는 13경기에 출장, 타율(.409) · 홈런(4개) · 타점(12개)에서 모두 팀내 선두에 올라 있다.

푸홀스가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사이, 당초 신인왕 1순위로 낙점받았던 벤 시츠(밀워키 브루어스 · 2패 방어율 6.00)와 강력한 경쟁자 지미 롤린스(필라델피아 필리스 · 타율 .200 3타점)는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시츠는 15일 트리플 A로 강등됐다.

요즘 하룻강아지는 정말 무섭다.

3. 먹을 것 많았던 잔치

두번의 빅카드가 있었다.

11일에 있었던 케빈 브라운(다저스)과 커트 실링의 맞대결은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두 투수는 양팀의 타자들을 농락하며 투수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경기는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브라운의 완투패(2실점 1자책)로 끝났고, 실링은 통산 16번째 완봉승을 따냈다.

14일 치뤄진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와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사이영상을 세번 이상 수상한 투수들의 맞대결로는 사상 7번째. 그러나 그날의 주인공은 마르티네스도 클레멘스도 아닌 양키스의 신인 2루수 알폰소 소리아노였다.

소리아노는 7회말 땅볼로 타점을 올린데 이어, 빠른 발로 동점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9회초에는 솔로홈런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어쩌면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은 척 노블락의 송구악령에 감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4. 마음을 비우니

시카고 컵스의 돈 베일러 감독은 30개 구단의 감독 중 가장 속편한 사람이다. 앤디 맥파일 단장으로부터 올 시즌은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컵스가 목표로 삼고 있는 해는 최희섭과 코리 패터슨이 합류하고, '최고의 대학선수' 마크 테익세이라에게 유니폼을 입힐 수 있는 내년 이후다. 지금 컵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훗날을 위해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전력감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런 편한 마음가짐 때문인지, 컵스는 최근 5연승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1위로 올라섰다. 컵스 4연승을 달리던 몬트리올 엑스포스에게 2연패를 안겼으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물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컵스가 지구 1위를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5. A-Rod · I-Rod

텍사스 레인저스의 방방이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개막후 7경기서 4.4득점에 그쳤던 레인저스의 타선은 지난주의 6경기에서는 경기당 7.3점을 득점했다. 타선 부활의 중심에는 '걸어다니는 대기업'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다. 로드리게스는 최근 4경기에서 .632(14타수 9안타) · 13타점 · 2홈런을 터뜨리는 맹타로 아메리칸리그 '금주의 MVP'에 선정됐다.

한편 알렉스 로드리게스보다 더 깊은 부진에 빠졌던 이반 로드리게스도 16일 경기에서 열흘만에 홈런맛을 보며 방망이를 조율했다.

6. 다음주 프리뷰

박찬호는 등판일이 19일로 당겨졌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로써, 두번째 선발등판에서 맞붙었던 리반 에르난데스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쿠어스필드에서 무안타 · 무실점 행진을 끝냈던 김병현은 카디널스전에 이후, 홈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를 다시 상대한다.

다음주의 빅시리즈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4연전. 펜웨이파크서 3패(1승)를 당했던 양키스가 설욕을 위해 레드삭스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반면 7연패의 늪에 빠져 있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험난한 원정 13연전을 떠난다. 애너하임 에인절스-텍사스 레인저스-시카고 화이트삭스-뉴욕 양키스 모두 방망이가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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