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씨, 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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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런던 올림픽 남자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진종오(33·KT·사진)는 비밀 많은 사나이다.

 그는 서글서글한 인상만큼 늘 상냥하고 너그럽다. 남을 돕고 베푸는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사격 노하우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현역 선수가 경쟁자들과 비법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진종오는 중학교 시절부터 매일 훈련 일지를 쓰고 있다. 그날의 심리상태 등을 일기처럼 적은 비법 노트는 수십 권에 달한다. 요즘은 태블릿PC에 자신만의 훈련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기록한다. 그러나 이는 가족들에게도 비공개다. 2006년 12월 결혼한 아내 권미리(30)씨는 “남편은 태블릿PC를 잠가놓고 비법노트도 집안 구석에 몰래 숨겨뒀다”고 전했다.

 진종오는 평소 낚시와 독서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하지만 경기 때는 톱 시크릿 방법이 있다. 진종오는 영화 ‘윔블던’의 주인공이 서브를 넣기 전 독백하는 것처럼 총을 쏘기 전 자신만의 주문을 외운다. 구체적으로 어떤 독백을 되뇌는지는 아직도 밝히지 않았다.

학창 시절 양 어깨를 다친 여파로 장시간 연습이 불가능한 진종오는 자기만의 독특한 훈련을 한다. 소속팀 KT의 이상학(47) 코치는 “종오는 어깨에 좋은 수영을 하고, 방 안에서 공기총으로 표적지를 조준하는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이 외에 종오만의 특훈 방식이 많다는데 내게도 말 안 해주더라”고 전했다.

 진종오가 세계 최고의 총잡이가 된 비결을 평생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잠시 비밀에 부쳐둔 것이다. 권미리씨는 “남편의 꿈은 한국 사격 대표팀 감독이다. 나중에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며 더 꼼꼼히 기록하고 또 기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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