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물난리 후폭풍에 휘말린 후진타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후진타오(左), 궈진룽(右)

지난 21일 내린 폭우로 인한 베이징(北京) 수재가 중국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수재에 대한 당국의 대처와 책임을 놓고 이재민들의 항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공산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29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보쉰(博訊)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선전부의 류(劉)모 국장은 최근 “이번 폭우 사태는 후진타오(胡錦濤) 10년 집권기간 중 최악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21일 오후부터 16시간 동안 베이징과 그 일대에 평균 170㎜의 폭우가 쏟아져 77명이 숨지고 19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1조8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그러나 베이징시 당국은 당초 희생자가 37명이라고 발표했다가 주민들의 비난을 샀다.

 류 국장은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수 있는 폭우 사태로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잃은 것은 낙후된 기반시설 때문이긴 하지만 당국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가 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베이징시가 당초 사망자를 숨기고 인터넷이나 남방언론의 보도를 통제한 것은 올가을로 예정된 18차 당대회나 사회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궈진룽(郭金龍) 베이징 당서기의 승진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말 베이징 서기에 선임된 궈는 후 주석이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2000∼2004년 티베트(西藏) 당서기로 근무하면서 후 주석의 신임을 받았다. 후 주석은 1988~92년 티베트 당서기를 지냈다. 궈 서기는 이후 후 주석의 고향인 안후이(安徽)성 서기가 됐으며, 2007년 베이징 시장에 임명될 때도 후 주석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가을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후 주석은 수도 베이징 지도부 인선에서 자파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키며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베이징 팡산(房山)구 주민들은 당국이 수재 구호활동보다는 자신들의 이미지 제고에만 주력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팡산구의 한 주민은 28일 “수재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부 마을은 전기와 수도가 끊긴 채 고립돼 있으며 구호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방송은 종일 당국의 구호활동으로 복구가 잘되고 있다는 허황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보쉰은 이와 관련해 이번 폭우 사태로 당에 대한 민심이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대회를 앞둔 계파 간 권력투쟁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