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의 빛과 그림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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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는 길흉을 점칠 때 융크스(Junk)란 개미잡이 새를 이용했다. 이 새가 잡는 개미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점쳤는데 여기서 유래한 것이 징크스(Jinx: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다.

세계 수영의 제왕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항상 경기에 나서기 전 음악을 듣는다. 라커룸에서 대기하던 그는 경기장에 나가면 가장 먼저 헤드셋을 벗고 팔을 3번 크게 휘젓는다. 펠프스가 3번 팔을 휘젓는 건 그가 스스로 숫자 3에 ‘행운’이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다.
피파 월드컵에도 많은 축구 선수들이 인정하는 징크스가 있다. 승부차기에 나선 키커는 절대 골대를 맞추면 안 된다. 키커가 찬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 그 팀은 틀림없이 패한다는 속설은 하나의 법칙처럼 여겨지고 있다.

골프계에도 잘 알려진 징크스가 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대회 마지막 날 빨간색 상의를 입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태국 출신인 그의 엄마가 붉은 색의 기운이 우즈에게 우승을 안겨 줄 거라고 말하면서부터다. 우즈는 “붉은 셔츠를 입어야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이런 징크스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영국 킬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리차드 스테판은 “운동 선수들은 늘 예측할 수 없는 경기 결과를 염려한다. 이 걱정스러운 심리 상태는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극도로 예민해져 무엇인가에 의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선수들은 특정 행동이나 물건에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그것을 강하게 믿는다”며 “이런 행동들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주면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년 전 독일 쾰른 대학의 심리학자들은 이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이들은 골퍼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게만 ‘행운의 골프공’을 나눠주고 경기를 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이 공으로 퍼트를 하면 퍼트 성공률이 훨씬 더 높을 거라고 설명했다. 다른 그룹에 속한 골퍼들은 평소 사용하던 공을 그대로 사용했다. 실험결과 행운의 골프공을 사용한 골퍼들의 퍼트 성공률이 훨씬 더 좋았다. 연구자들은 행운의 골프공을 사용한 골퍼들이 긴장된 순간마다 공이 가져다 줄 행운을 믿어 더 안정감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 결과는 2010년 심리학 연구 잡지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에 실렸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제기 됐다. 영국의 스포츠 심리학자 빅토 톰슨은 징크스를 해소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오히려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선수들이 불안한 심리 때문에 특정 행동과 물건 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불안함을 해소하는 행동들이 충족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면 선수들은 더 큰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예를 들어 경기 전 항상 음악을 들어야 하는 선수의 MP3플레이어가 고장이 난 경우, 음악에 크게 의존하던 선수는 큰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 때 경기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 선수들은 경기에서 부진했을 때 자신의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단순히 징크스 때문이라고 게으른 생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몇몇 선수들은 이런 징크스를 갖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 리스트 매튜 미챔(호주)은 “미신적인 징크스를 갖기 이전에 실력으로 모든 상황을 극복해 내고자 하면 된다. 목표를 향한 노력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오세진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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