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병행하면 재범률 5분의 1로 감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81호 08면

“일부 흉악범을 뺀 일반 성범죄자도 결국 사회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사회에 복귀해야 시민들도 재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성범죄자 심리치료 전문가 윌리엄 마셜(77·사진) 박사의 말이다. 그는 캐나다 퀸스대 심리학과 교수와 북미성범죄치료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이 분야 전문가다. 현재도 국제성범죄치료학회 회장을 맡는 등 40년 넘게 성범죄 연구와 심리 치료에 헌신해 왔다. 캐나다의 성범죄 대책은 엄벌주의인 미국과는 방향이 달라 독일 등 유럽식에 가깝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초청으로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워크숍을 위해 한국에 온 마셜 박사를 만났다.

캐나다 성범죄자 치료 전문가 윌리엄 마셜 박사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큰데 가해자도 돌봐야 하나.
“이해한다. 캐나다 시민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내 입장은 처벌을 말자는 게 아니라, 적절한 처벌과 함께 가해자의 심리치료를 통해 사회 복귀 후 재범률을 줄이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 내용은.
“우리는 범죄자들의 재범 유발 요인에 집중한다. 범죄자 개인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얘기다. 가해자 스스로 범죄 유발 요인을 깨닫게 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최종적으로 성적 일탈성향을 제거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목표다.”

-실제 캐나다에서는 효과가 있었나
“캐나다의 통계를 보면 치료가 없을 경우 성범죄 재범률은 5년 후 18%, 10년 후 25% 정도다. 치료프로그램을 거친 사람은 5년 재범률이 3.2%, 10년 이후는 5.5%로 줄었다. 치료를 안 했을 때보다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캐나다에서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입증된 방법이다.”

-캐나다의 성범죄자 형량은.
“미국만큼 높지는 않다. 다른 범죄도 캐나다의 형량 수준은 전반적으로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수치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형량이 길어지면 비용도 그만큼 많이 들어가는데, 재범률은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캐나다 교정 당국의 입장이다.”

-가해자에 대한 치료가 아닌 피해자에 대한 치료나 상담의 중요성은.
“그건 기본이다. 가해자에 대한 심리 치료 이전에 피해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호와 상담이 필요하다. 캐나다는 형사·사법상의 모든 절차에 피해자에게 고통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적 절차를 갖추고 있다. 경찰 등 수사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견을 듣거나 조서를 받을 때 피해자 입장에서 조사하도록 훈련받는다. 피해자는 사법 절차에서 어려움이나 고통을 겪을 때 이를 항의하거나 고발할 수 있다. 대질신문 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