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박수 쏟아지는 ‘불사조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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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세메냐

역경을 딛고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가 있다. 배드민턴 선수 에드윈 에키링(29·우간다)은 교통사고로 운동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는 2009년 12월 자전거를 타다 차에 부딪혀 팔·발목·무릎·갈비뼈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의사가 다시는 배드민턴을 할 수 없다고 얘기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1년간의 피나는 재활을 거쳐 그는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에키링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의 박성환(28)에게 져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16강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남편을 잃었지만 꿋꿋하게 올림픽에 도전하는 선수도 있다. 베이징 올림픽 여자 육상 7종경기 금메달리스트인 나탈리아 도브린스카(30·우크라이나)는 4개월 전 개인코치이기도 했던 남편 드미트리 폴리아코프(47)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도브린스카는 지난 3월 9일 이스탄불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5종경기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지만 그후 보름 만에 악성 종양으로 투병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도브린스카는 “남편은 런던에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해했다”며 “이번 금메달은 남편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토너 구오르 마리알(28·남수단)은 나라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나간다. 남수단은 지난해 7월 9일 수단에서 분리돼 이번 런던올림픽 참가가 무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는 새 회원국이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최소 2년이 지나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IOC는 마리알에게 수단 대표로 출전을 권고했다. 그러나 마리알은 “내 가족을 죽인 국가를 대표할 수는 없다”며 거부했다. 그는 내전으로 가족과 친지 30여명을 잃었다. 그의 신념에 감복한 것일까. IOC는 마리알에게 무국적 올림픽 출전 자격을 줬다. 네덜란드령 앤틸리스제도는 물에 잠겨 사라지면서 지난해 IOC 회원국의 자격을 잃었지만 두 명의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한다.

우크라이나 도브린스카

 누르 수르야니 모하메드 타이비(29·말레이시아)는 임신 8개월로 여자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다. 출산 시기가 임박했지만 다행히 공기소총은 반동과 소음이 적어 태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병원 소견을 받았다. 그는 “의사도 몸 상태가 좋다며 올림픽에 참가해도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뉴델리 영연방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딴 실력파다.

 성별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한 육상선수 캐스터 세메냐(21·남아공)도 주목받는 선수다. 그는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800m 시즌 최고 기록(1분55초45)을 세웠지만 남성 논란에 시달려 성별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자궁과 난소가 없고,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의 수치가 일반 여성의 3배 가량인 ‘양성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여성으로 공식인증을 받고 남아공의 기수로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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