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메가폰 잡은 강우석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강우석(43)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다. 1998년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3년만의 일이다. 영화감독이 본업인 영화제작에 복귀하는게 무슨 뉴스냐는 반문이 즉각 튀어나올만 하다.

하지만 강감독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그는 데뷔작 '달콤한 신부들' (88년) 에서 시작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89년) . '미스터 맘마' (92년) , '투캅스' (93년) , '마누라 죽이기' (94년) , '투캅스2' (96년) 등을 통해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이란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가 '쉬리' (99년) '공동경비구역 JSA' (2000년) 등 초대형 흥행작으로 최근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그 이전에 우리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다지는 데는 사실 강감독의 역할이 지대했다.

게다가 그는 요즘 한국영화 최고의 파워맨으로 불린다. 시네마서비스의 대표로서 영화 투자.배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배급의 힘이 뒤따르지 않으면 한국영화의 앞날을 기대할 수 없다" 며 영화사 경영에 주력했다.

강감독에겐 열세번째 영화가 될 작품은 '공공(公共) 의 적(敵) ' . 복서 출신의 단순무식한 악질 경찰과 그 보다 더 못된 살인범의 대결을 그릴 예정이다. 그가 의욕적으로 도전하는 작품인 까닭인지 제목부터 공격적.도발적이다.

"인간이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가, 그 한계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저 정도의 사람이면 공공의 이름으로 처단해도 무관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를 만들 겁니다. 예컨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짓누르고, 돈이 필요하면 친.인척도 쉽게 살해하는 그런 인간형이 되겠지요. "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악에 일종의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혼란스런 정치.경제권을 겨냥한 것이냐고 묻자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의 심성 속에 있는 악한 요소를 최대한 들추어내겠다" 고 응답했다.

그래도 작품이 좀 험악한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제 장기는 코미디입니다. 다만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등이 우스꽝스런 장면을 연출하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번엔 영화 속처럼 매우 극단적인 상황, 즉 도저히 코미디가 불가능할 것 같은 상태에서도 웃음을 끌어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예전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

신작에 대한 강감독의 각오는 마치 전투에 나서는 병사와 같다. 오랜만에 연출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부담감이 크고, 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던 영화계의 시선도 만만찮은 무게로 작용하기 때문. 이번 작품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별로 없기에 주변에선 많이 말렸다고 한다.

"잘해야 본전이겠지요. 그러나 좋은 감독, 흥행 감독이란 말을 다시 듣고 싶습니다. 이번 영화가 실패한다면 아마 제겐 마지막 작품이 될 게 분명합니다. 배수진을 친 셈이지요. "

그는 이미 부인에게도 '선전포고' 를 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자기 얼굴을 볼 생각 말라고 부탁했다는 것. 아내가 앞으로 1년 동안 휴가를 주겠다고 선뜻 말해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웃었다.

"지난해부터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사업가로서 상당히 흔들렸지요. 돈을 많이 버는 영화인보다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남고 싶었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외자유치에도 성공하고, 또 올해 로커스홀딩스와 주식을 교환하며 경영환경이 나아져 현장에 복귀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그가 후배 감독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견해를 질문했다.

"워낙 저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닙니다. 영상은 카메라 감독이 영역이지요. 대신 드라마의 완성도엔 있는 힘을 다할 겁니다. 요즘 젊은 감독들의 영화를 보면 화면은 뛰어나지만 드라마 처리에선 구멍이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점이 항상 아쉬웠어요. "

현재 '공공의 적' 은 시나리오 마지막 작업이 한창이다. 이르면 6월께 촬영에 들어가 내년초 개봉할 예정이며 캐스팅은 아직 미정이나 안성기씨가 주연으로 물망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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