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다른 의도 없다” … 정치권선 “계산된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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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3일 심야에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나는 숨은 의도를 갖고 말한 적이 없다. 의도가 있다면 그 의도도 말한다”고 했다. 말한 대로 행동하니 구구한 해석을 달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출마를 고민 중”이라면 진짜 고민 중인 걸로 알아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다. ‘숨은 의도’ 찾기에 열중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계가 특히 그랬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에 이어 ‘힐링캠프’ 출연 시기가 치밀하게 계산됐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책 발간 하루 전인 18일 방송사 측에 녹화를 먼저 요청한 쪽은 안 원장 측”이라며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하면서 책 탈고, TV 녹화, 출간, 방송을 치밀하게 진행시키는 건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에서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원장과 한때 가까운 사이였던 김종인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 원장이 방송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갈 생각이 10%밖에 없었다”고 말한 데 대해 다른 설명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만났을 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절대 출마하지 마라. 국회에서 먼저 정치 경험을 하고, 그 다음 서울시장이든 뭐든 하라’고 강하게 말렸던 기억이 뚜렷하다”며 “(10%라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는 혜안, 즉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하지만 안 원장은 현상만 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후보는 무덤덤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본인도 속으론 신경이 쓰이겠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안 해 캠프 사람들도 놀랄 정도”라고 전했다.

 민주통합당의 눈길도 썩 곱지는 않다. 일각에선 이날 방송을 민주당 경선 김 빼기를 위한 계산된 행보로 보기도 했다. “야권의 총선 승리 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상했더라면 내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안 원장 말을 단서로 삼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힐링캠프와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첫 토론회가 겹친 게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약하다”고 했다.

 이날 ‘힐링캠프’는 탤런트 고소영씨가 출연하면서 세웠던 종전 최고 시청률(13.2%) 기록을 갈아치웠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전국 기준 18.7% 였다. 지난 1월 방송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편은 12.2%, 민주당 문재인 후보 편은 10.5%였다.

이소아·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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