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강도 불황 땐↑ 호황 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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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가 경기 흐름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가 좋아서 세수목표 달성에 여유가 있을 땐 강도를 낮추고, 경기가 나쁠 땐 세무조사 강도를 높인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4일 발표한 ‘세무조사 운영실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과세 당국이 세입 여건에 따라 임의로 세무조사 강도를 조절하는 ‘재량적 징세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무조사 건수나 추징금액이 연도별로 등락이 심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법인세 세무조사 건수는 2004년(5683건), 2005년(6343건)엔 늘다가 2006년(5545건), 2007년(4174건)엔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영향이 본격화된 2009년엔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종합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종합소득세 세무조사 건수는 외환위기가 절정이었던 1998년 8500건이 넘었지만 2000년엔 3461건으로 급감한 뒤 2001년엔 다시 6000건대로 치솟았다. “법인세·부가가치세 세무조사 강도는 세수 여건과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세금이 잘 안 걷힐수록, 즉 경기가 나쁠수록 세무조사 강도가 셌다는 뜻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심혜정 분석관은 “세무조사 운용에 재량이 커지면 납세자 간 세부담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무공무원의 재량권을 줄이기 위해 “세무조사 절차 규정을 법령화할 것”을 제안했다.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공익상 필요한 때’와 같은 불명확한 세법 규정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런 분석이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해명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건수는 전년도 조사 건수와 행정력을 감안해 연초에 결정된다”며 “세수 여건을 고려해 중간에 세무조사 건수를 조절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의 세무조사 유예신청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세무조사가 줄어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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