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스타스토리(26) - 스즈키 다카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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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스즈키라는 성은 비교적 흔한 편이다. 그렇기에 야구선수 중에서도 스즈키란 성을 가진 이들이 적지않다.

그럼 '스즈키'하면 떠오르는 야구선수로는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역시 일본의 야구천재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일 것이다. 이외에도 세이부의 타자 스즈키 켄이나 캔자스시티의 투수 스즈키 마코토 역시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이중 특히 90년대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타자이자 천재타자로 칭송받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는 별로 일본야구에 관심이 없는 야구팬들도 그 이름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존재다. 오릭스 시절 이치로는 7년연속 타격왕이란 전례없는 대기록을 이루며 퍼시픽리그의 독보적인 타자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스즈키'가 퍼시픽리그의 타격만 정복했다곤 말할수 없다. 센트럴리그 타격부문에도 '또 하나의 스즈키'가 무시못할 존재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바로 요코하마의 4번타자 스즈키 다카노리이다.

스즈키 다카노리는 요코하마高(마쓰자카의 모교이기도 하다)를 졸업한 90년, 드래프트 4위로 요코하마(당시는 다이요 웨일즈)에 입단하며 프로세계에 발을 디뎠다. 대부분의 고졸 루키들이 그렇듯 다카노리가 처음 갈 곳역시 2군이었다. 이후 92년까지 2년간 다카노리의 1군 출장경력은 단 1경기뿐이었다.

이런 그가 기회를 잡기 시작한건 다이요 웨일즈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로 바뀐 93년부터였다. 93년 12경기에 출장하며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한 다카노리는 94년 드디어 그의 이름을 전일본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갖게된다.

그의 운명을 바꿔준 경기는 94년 8월 9일 對요미우리전에서였다. 이날 만루상황에서 대타로 출전한 다카노리는 당시 최고의 투수중의 한명이었던 요미우리의 마키하라로부터 만루홈런(그의 프로데뷔 첫 홈런이기도 했다)을 터뜨리며 그 이름을 일본인들에게 각인시켰다.

이후 95년부터 주전 좌익수로 도약한 다카노리는 그해 0.285에 이어 이듬해인 96년엔 0.299의 타율을 기록하며 그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97년부터 다카노리는 센트럴의 타격부문을 평정하기 시작했다. 이해 타율 0.335에 160안타를 기록한 다카노리는 생애 첫 타격왕과 베스트나인을 석권하며 요코하마 머신건 타선의 중추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98년에도 다카노리의 물이오른 방망이는 식을줄 몰랐다. 이해 다카노리는 개인 최고인 173안타에 0.337를 기록하며 2년연속 수위타자와 베스트나인을 수성함과 동시에 요코하마의 38년만의 재팬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내며 98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작년에도 비록 다카노리는 타율 0.297로 아깝게 4년연속 3할을 놓쳤지만 164안타로 4년연속 160안타를 기록했고, 9월 14일 야쿠르트전에선 개인통산 100호 홈런까지 기록하며 머신건 타선을 주도했다.

90년대 중반까지 스즈키 다카노리는 '요코하마의 이치로'라 불리기도 했다. 거의 同시기에 두 스즈키가 양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다카노리 역시 이치로만큼이나 정교한 타격을 구사했기 때문이었다. (여기다 공교롭게도 당시 다카노리의 백넘버역시 이치로와 같은 51번이었다)

하지만 다카노리 자신은 이렇게 자신이 이치로와 비교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치로와 다카노리는 성이 같다는 점이나 타격이 정교하다는 점을 빼곤 거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일단 스타일만 보더라도 이치로가 소총이라면 다카노리는 중거리포에 가깝다. 또 다카노리는 이치로에 비해 타점 능력은 다소 뛰어난 반면 수비와 주루에선 이치로에 크게 못미치는게 사실이다.

어쨌든 작년까지 다카노리는 이시이,하루,로즈,고마다,다니시게 등과 함께 머신건 타선을 이루며 요코하마를 센트럴의 강자로 만들었다.

특히 왼손 다카노리와 오른손 로즈로 이어지는 3,4번 타순은 당대 최강이라 할만한 위력을 과시했다. 99년, 이 두타자가 합작했던 득점생산지수(RP=득점+타점-홈런)만 보더라도 로즈가 209RP, 다카노리가 185RP로 두 선수가 이룬 득점과 타점의 합만해도 무려 394점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스즈키는 홀로서기란 최대의 고비에 직면하고 있다. 그와 적지않은 시너지효과를 내었던 머신건타선의 중추들이 대부분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작년 긴죠라는 새 별이 가세하긴 했지만 로즈, 고마다와 같이 자신과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던 동료들의 이탈은 이젠 그가 짊어져야할 부담이 커졌다는 걸 의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시즌 새로 부임한 모리 감독은 다카노리를 팀 타선의 핵으로 중용했다. 선수를 명성이나 인기보단 실력위주로 쓰는걸로 유명한 모리 감독이지만 감독 취임때부터 '이시이와 스즈키만은 주전'이라는 말로 다카노리에게 강한 신뢰를 보내며 그를 로즈의 이탈로 공백이 생긴 4번타자로 낙점했다.

확실히 요즘 요코하마 타선을 보면 예전에 비해 그 위용이 많이 퇴색되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럴수록 팀의 가장 확실한 타자인 다카노리의 역할이 절실해지는게 현재 요코하마가 처한 현실이다. 따라서 요코하마 머신건 타선의 미래는 이제 그의 방망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것 같다.

- 스즈키 다카노리(鈴木 尙典) -

생년월일: 1972년 4월 10일
신장,체중: 185cm,85kg
투타: 우투좌타
소속팀: 요코하마(91년부터-)
백넘버: 7번
통산성적: 813경기,902안타,104홈런,480타점,통산타율0.313 (2000년까지)
수상경력: 97-98 타격왕,베스트나인(좌익수), 97-99 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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