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를 넘는 '비지스 전설'

중앙일보

입력

올해로 데뷔 35년. 그동안 전세계에 1억장이 넘는 앨범이 팔렸다.

데뷔한 1960년대부터 지난 90년대까지 노래를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리지 못한 연대는 한번도 없었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은 4천만장이 넘게 팔리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영화 음악 앨범으로 남아있다.

그래미상을 일곱번이나 받았으며 '로큰롤 명예의 전당' 은 물론 '작곡가 명예의 전당' 에도 헌액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제니스 조플린부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다이아나 로스.셀린 디옹을 지나 요즘의 엔싱크.데스티니스 차일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선배.후배 슈퍼 스타들이 이들의 노래를 5백회 이상 리메이크해 불렀다.

적어도 현존하는 그룹 중에 이런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리고 끊임없이 기록을 바꾸고 있는 그룹은 없다. 바로 영국 출신의 3형제로 구성된 그룹 비지스다.

비지스가 97년 '스틸 워터 런스 딥' 이후 4년만에 통산 스물여덟번째 정규 앨범 '디스 이즈 훼어 아이 케임 인' 을 발표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음악 잡지 빌보드는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인 지난달 24일자에서 '비지스-35년의 음악' 이라는 제목으로 무려 32페이지에 걸쳐 특집 기사를 실었다. 비지스가 현재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 것인지, 새 앨범에 거는 전 세계 팝팬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디스 이즈…' 를 비롯해 모두 열두곡의 노래를 실었다. 앨범의 주조는 역시 복고(復古)다.

최근 에릭 클랩튼이 새 앨범 '렙타일' 을 통해 정통 블루스로 돌아간데 이어 비지스 역시 60년대 어쿠스틱 사운드를 재현하며 데뷔 시절의 색깔을 한층 세련되게 되찾았다.

앨범 제목 '디스 이즈…' 자체가 비지스의 그런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음악적 기원(起源)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지스 멤버들은 빌보드와 인터뷰에서 "타이틀 곡은 마치 비틀스 음악 같은 느낌이다. 60년대말에 녹음하던 방식으로 돌아갔다. 피아노.베이스.드럼 세트가 놓인 무대를 되살렸다. 키보드로 프로그래밍한 드럼이 아니라 실제로 연주한 어쿠스틱 드럼 연주를 많이 넣었다. 라이브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지기를 바랐다" 고 설명했다.

또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의 회귀! 직접 연주하는 음악 스타일로 돌아갔다. 그만큼 정직한 사운드를 많이 담았다" 고 덧붙였다.

과연 겹겹이 덧붙인 음향 효과를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어쿠스틱 연주와 특유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고스란히 살린 노래들이 신선하다. 순수한 것이 새롭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딱 맞는 말이다. 첨단의 스튜디오 기술을 배제하고 35년 동안 익은, 있는 그대로의 음악적 재능만을 담았다.

멤버들이 교대로 주거니 받거니 노래하며 화음도 넣고 후렴구도 넣은 비지스 특유의 전통적인 노래 방식도 되살렸다. 맏형 배리 깁이 올해 쉰다섯 살. 쌍둥이 형제 로빈 깁과 모리스 깁이 쉰두 살.

세월이 지나도 도무지 색이 바래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와 음악에 대한 열정에 어떤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매사추세츠' '투 러브 섬바디' '워즈' 등 이들의 주옥같은 고전이 그리운 팝팬들은 물론 지난해 한국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에 사용된 '홀리데이' 로 깊은 인상을 받은 신세대팬들에게까지, 비지스의 '디스 이즈…' 는 올 봄 팝계의 최대 화제작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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