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6명 중 1명은 빈곤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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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콜로라도주 휘트 리지의 로라 프리츠(27)는 실업자다. 그는 25살 남자친구, 한 살짜리 딸과 살고 있다. 실업 신세를 면하려고 군대에 지원했으나 신병 훈련을 받던 중 다치는 바람에 장애인이 됐다. 조경사인 남자친구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이들 세 가족은 월세 650달러를 실업급여로 충당하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미국이 가난해지고 있다. AP통신은 경제학자와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11년 미국의 빈곤율이 2010년의 15.1%에서 0.6%포인트 증가한 15.7%가 될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965년 이래 46년 만에 최고치다. 빈곤율 15.7%는 전체 미국인 6명 중 한 명꼴인 4700여만 명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미국의 빈곤율은 인구통계국이 조사를 시작한 59년 22.4%를 기록했다가 이후 줄곧 감소하면서 13%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93년 15.1%까지 상승했고, 아버지 부시(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이로 인해 대선에서 패배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2000년 경기 호황으로 11.3%까지 떨어졌지만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다시 꾸준히 증가해 15%대로 진입했다.

 미국의 빈곤층은 연간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를 의미한다. 2010년 기준 최저생계비는 세금을 내기 전 소득이 4인 가구 2만2314달러(2558만원), 1인 가구 1만1139달러(1277만원)다.

 문제는 인구통계국의 센서스 결과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9월께 공식 발표될 예정이어서 기록적인 빈곤율은 대선 국면에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지타운대 빈곤·불평등·공공센터의 피터 에델먼 소장은 “경기침체뿐 아니라 세계화와 자동화, 이민, 노조 결성 감소 등 장기적인 경제구조 변화가 일자리를 줄이고, 중산층의 소득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에서 빈곤율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인구통계학자들은 15~16%에 달하는 높은 빈곤율이 201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공공연구소의 조사에서 미국인 중 79%는 빈부 격차가 지난 20년 동안 더 심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사회보장제도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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