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수주호조…조선 '나홀로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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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환율급등으로 대부분의 업종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조선업계가 '나홀로 순항'하고 있다.

뛰어난 건조능력과 가격경쟁력으로 세계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환율급등으로 대규모 환차익까지 발생, 올해는 조선업체들이 지난해의 부실을 벗고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선박 종주국인 일본에서 1천의 LNG(액화천연가스)선을 수주한 삼성중공업[10140]은 영국의 해운회사인 BP아모코사로부터도 LNG선 3척, 5억달러어치의 수주가 확실시 되고 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은 일본 MOL사 컨소시엄으로부터 2척, 오스트레일리아 MWS사로부터 3척 등 총 6척(10억달러)의 LNG선을 수주했으며 이번달말 또 1척의 수주가 내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세계 조선시장에 발주된 LNG선을 100% 수주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은 중국에서 발주하는 세계 최대 크기 9천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대)급 컨테이너선 5척의 건조의향서를 체결, 크루즈선(초호화여객선)을 제외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한국이 '싹쓸이'하고 있다.

이같은 수주호조에 더해 환율급등은 조선업계로 하여금 환차익에 대한 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예상환율을 1천100원으로 설정한 삼성중공업은 환율이 평균 1천250원대만 유지돼도 900억원 이상의 환차익을, 대우조선(예상환율 1천200억원)은 717억원의 추가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업체에 비해 환헷지(선물거래)를 덜한 현대중공업(예상환율 1천230원)은 환차익 규모가 더욱 커 환율 50원 상승에 1천250억원의 경상이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환차익은 소재.부품 구매시 달러화 결제비중이 30%에 지나지 않고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조선업만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편 이같은 수주호조와 환차익에 힘입은 조선업체의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호전의 효과는 금융.증권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 2월 경상이익이 678억원으로 예상치(258억원)를 훨씬 뛰어넘은 대우조선은 올해 3천억원의 차입금을 갚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다는 기대에 가득차 있다.

주가도 지난 2월 2일 재상장때의 시초가 3천500원에서 6일 종가기준으로 5천230원까지 뛰어올랐다.

지난해 계열사 부실을 모두 떼어내고 올들어서는 금융비용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외국인 지분율이 작년말 18%에서 6일 현재 31%까지 올라갔다.

현대중공업 또한 수주호조와 대규모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말 1만8천500원이던 주가가 2만8천원(6일 종가)까지 뛰어올랐다.(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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