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 메이드 인 차이나”의 굴욕

중앙일보

입력

유로존의 위기로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어려워지고 건설경기 도 둔화되면서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우기 주택 거품이 걷히면서 소비의욕도 줄어 내수시장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 2분기 중국의 성장율은 7.6%로 이는 작년 동기 9.5%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이다. 더 큰 문제는 성장률 그라프가 최근 6분기 연속 아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기대를 거는 곳이 미국이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밀어 넣기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대중 적자액이 전년대비 10%이상 늘어났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등 대형 소비가 집중되어 있는 하반기에는 더 늘어 날 전망이다.

선거의 해를 맞이한 미국이 뿔났다. 오바마 민주당의 텃밭인 미국 남부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특히 아우성이다. 미국은 중국이 고도성장을 유지한다면서 내수 소비는 등한시 하고 공장 건설등 투자에만 열을 올린다고 불만이다. 새로이 건설될 공장에서 만든 물건이 또 다시 미국으로 향할 테니 장래 미중 무역마찰의 씨앗이 된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롬니 후보도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여 대미수출을 부당하게 늘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어느 방송국이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미국선수들의 유니폼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선수단의 유니폼 한 벌 모두가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인 것이 밝혀졌다. 미국의 조야에서 “올림픽 유니폼을 모두 태워 버려라”고 야단이다. 중국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흥분하고 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선수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를 입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 출전 선수 530인분의 유니폼을 새로이 만들어 입힐 시간이 없다. 사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에도 미국 선수단의 유니폼 모두가 ”메이드 인 차이나“ 였지만 그때는 누구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정치인들은 미국의 실업율을 악화시키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더욱 민감해진다. 중국도 정권이양을 앞두고 8%대 성장을 유지(保八)하기 위해 밀어내기 수출은 부득이 해 보인다. 미국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굴욕은 당분간 불가피 할 것 같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